[조영재의 '골프 물리학'] (3) 드라이버 헤드 클수록 '관성모멘트' 높아져 유리
요즈음 골프클럽 광고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바로 관성모멘트(Moment of Inertia)다. '큰 관성모멘트로 정확도를 높이고…'라는 문구는 거의 모든 드라이버 광고에 사용된다.

이 용어는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것이지만 골퍼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보자.헤드의 '스윗 스폿'(유효 타점)을 벗어난 곳에 볼이 맞으면 헤드가 비틀어지면서 볼에 슬라이스나 훅 스핀이 걸리게 되고 거리도 줄어든다. 그런데 관성모멘트가 큰 헤드는 비틀림이 적어 방향성이나 거리에 미치는 악영향이 줄어든다. 이것을 '정확도를 높인다'는 문구로 선전하는 것이다.

관성모멘트는 간단히 말해서 '회전에 저항하는 성질'이다. 이 말은 관성모멘트가 높으면 회전을 잘 못한다는 뜻이다. 크기가 같은 나무공과 쇠공을 생각해 보자.이 공들을 회전시키면 어느 쪽이 더 잘 돌아갈까. 당연히 나무공이다. 쇠공은 무겁기 때문에 관성모멘트가 커서 잘 돌아가지 않는다.

스틸 · 티타늄 드라이버의 발달은 헤드 크기와 함께 진화했다. 그러나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헤드 크기를 규제한 이후 제조사들은 관성모멘트라는 용어로 골퍼들에게 어필할 논리를 만들었다. 헤드가 크면 관성모멘트도 커지는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분의 드라이버 헤드는 크기 제한인 460cc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동일한 크기의 드라이버지만 제조사마다 서로 '큰 관성모멘트를 내도록 디자인했다'고 선전한다. 헤드의 체적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봐서 좀 더 옆으로 퍼진 형상,즉 샬로(shallow) 페이스로 만들면 관성모멘트가 커진다.

그 원리를 우리 주위에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예는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할 때의 손동작이다. 트리플 악셀을 하려면 빠른 회전이 필요하므로 팔을 겨드랑이에 붙이고 손을 가슴으로 모아 붙인다. 만약 팔을 좌우로 뻗어서 벌린 상태로 회전하면 트리플 악셀에 필요한 회전을 할 수 없다. 관성모멘트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헤드가 크면서 샬로 페이스로 만들면 한 가지 단점이 생긴다. 임팩트 때에 클럽헤드가 오픈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샬로 페이스는 딥(deep) 페이스보다 헤드의 무게중심이 샤프트축에서 더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서 헤드의 관성모멘트뿐만 아니라 샤프트를 축으로 하는 클럽으로서의 관성모멘트도 커지므로 임팩트 시에 타깃을 향한 헤드의 회전력에 저항하는 성질이 커져서 오픈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샬로 페이스 드라이버는 헤드의 페이스면 자체를 이미 1~2도 닫힌 형상으로 만든다.

드라이버 헤드를 사각으로 만드는 시도도 관성모멘트를 크게 하기 위한 것이다. 드라이버 헤드의 크기뿐만 아니라 관성모멘트 역시 R&A와 USGA에 의해 규제된다. 장비가 너무 좋아지면 선수들의 실력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티잉 그라운드에만 오르면 OB 걱정을 해야 하는 골퍼라면 최대한 장비 덕을 봐야 한다. 관성모멘트가 큰 드라이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조영재 < 골프칼럼니스트 yjc@imaster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