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에서 불거진 식량 위기는 메이저 곡물업체들에는 호재다. 시장 지배력을 통해 곡물 가격을 쥐락펴락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세계 최대 곡물업체인 미국의 카길이 대표적이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카길의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2011 회계연도 2분기) 한 분기 동안의 순이익은 14억9000만달러로,전년 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 가뭄 홍수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곡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11월 순이익도 23억달러로,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1865년 설립된 카길은 매년 100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이다. 카길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곡물 시장 점유율이 40%가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에도 116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비상장 기업 중 최대다.

카길을 비롯해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프랑스의 루이드레퓌스(LDC),아르헨티나의 벙기,스위스의 앙드레가 5대 메이저 곡물업체로 꼽힌다. 이들 업체는 1990년대에는 미국의 콘티넨털과 콘아그라까지 합쳐 '곡물업계의 세븐 시스터스'로 불렸다. 7대 석유 메이저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카길이 콘티넨털 곡물사업부문을 인수하고,콘아그라가 2000년부터 곡물 사업을 축소하면서 메이저 업체는 5곳으로 줄었다. 현재 이들 5개 업체의 점유율은 전 세계 곡물 시장의 80%가 넘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유주가 모두 유대인이라는 것.모두 비상장 기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경영방식 및 재무제표 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5곳 메이저 기업 모두 가족 중심의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카길의 경우 창립자인 카길 가문과 혼인으로 맺어진 맥밀런 가문이 8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메이저 곡물 기업들은 전 세계 곡물 유통망을 장악해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봉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직접 생산에 나서기보다는 개발도상국에서 싸게 곡물을 사들인 후 비싼 값에 선진국에 파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종자 개발에도 진출하고 있다. 카길은 세계 최대 종자업체인 몬산토와 제휴했고,2위 곡물업체인 ADM은 신젠타와 손잡았다. '종자 개발→생산→운송→가공→판매'의 수직계열화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메이저 업체들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곡물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가격을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지적이다. 2008년 식량위기 때 메이저 업체들은 비메이저 업체에 비해 곡물 가격을 평균 10~20% 더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메이저 곡물업체들은 장악한 유통망을 토대로 곡물 가격 급등기에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옥수수 대두 소맥 등 3대 수입 곡물의 57%(2009년)를 5대 메이저가 공급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