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인상을 유도한 배경엔 한국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꼽히며 '시한폭탄'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가계부채가 자리잡고 있다. 신규 대출자에게 금리 부담을 줘 대출증가세를 둔화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 왜 인상 유도했나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란 게 금융계의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 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4조9000억여원 급증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로 치달았던 2006년 11월(5조1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379조3000억원에 달한다. 일반 및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00조원에 달하고 있어 금리가 1%포인트 정도만 올라도 가계 이자 부담이 6조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금감원은 이번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이 신규 대출자들에겐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는데 금리가 오르면 집을 사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억제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구조 개선 방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오는 3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신규대출자 이자 더 내야

국민은행이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이 은행에서 신규로 대출받는 사람들은 이자를 최고 0.36%포인트 더 내게 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미 대출 접수가 된 사람들은 기존 가산금리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상담만 하고 접수를 하지 않은 고객의 경우 인상된 가산금리를 적용받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작년 말 기준 12조5422억원으로 은행권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계획했으나 아직 서류를 접수하지 못한 사람들은 인상된 금리에 따라 대출을 받아야 한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만기에 상관 없이 똑같은 가산금리를 적용했던 것을 조달원가를 감안해 현실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처럼 만기에 따라 다른 금리를 적용하다 보니 만기가 긴 대출의 경우 금리가 올라갔다"며 "만기가 짧은 대출은 금리가 인하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대출은 만기 1~2년짜리가 많기 때문에 기업들은 오히려 대출 금리가 줄어들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 은행들 "인상 여부 검토 중"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림에 따라 다른 은행들이 뒤따를지도 관심이다. 은행들은 일단 다른 은행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나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 · 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에 대해 공동 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권 관계자는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고 협의 중"이라며 "원가를 정확히 따져 보고 다른 은행들의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지만 주택대출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일단 시장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가산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당분간은 가산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와 코픽스 금리 등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삼는 금리만 올렸고 가산금리는 변경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가산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류시훈/정재형/이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