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고수에게 듣는다] "전국 모텔 3만8천곳 방문…발 부르트면 상권 보는 눈 트여"
2004년 어느날 새벽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길.노부부가 포장마차 뒤편에 움츠리고 앉아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부모님이었다. 그때 처음 아버지 사업이 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자식이 상처를 받을까봐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수도꼭지 물을 틀어놓고 한참을 울었다.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아버지의 건설사가 부도난 걸 1년여 동안 몰랐다는 걸 알고 난 후 인생이 180도 달려졌다"며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일에 몰두했고,그게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모텔 투자 전문가 김상복 '호텔자자' 사장(42) 얘기다. 그는 종잣돈 3억원을 굴려 7년 만에 모텔 3채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변신했다.

◆모텔에 미치다

2004년 그는 처음 '모텔사랑'이란 모텔전문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부동산업계에 입문해 처음 접했던 일이 모텔 중개였다. 그는 "첫 사랑이 중요하듯 첫 투자대상이 중요하다"며 "부동산도 처음에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이후 다른 투자처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처음엔 모텔 매매와 임대에만 몰두했다. 전국의 모텔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그는 "전국의 모텔 4만1000여개 중에서 3만8000여개를 방문했다"며 "발이 부르틀 정도로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눈'이 트이기 시작했다. '모텔 상권'을 읽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모텔도 지역별로 다양한 상권 특성이 있다"며 "상권 파악의 핵심은 손님들의 동선을 읽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억원으로 월 2000만원 수익

첫투자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04년 어느 날 강원도 동강 인근 영월에 관광호텔을 신축하던 A씨가 공사비 3억원이 부족해 경매당할 처지에 놓였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A씨는 총 공사대금 25억원 중 3억원이 부족해 다 지어놓은 모텔을 경매에 내놓게 생겼다. 그는 '바로 이때'라고 생각했다. 모텔 주인에게 3억원을 빌려 줄테니 모텔 운영권을 달라고 제안했다. 3억원은 아버지가 물려주신 종잣돈이었다. 대신 월세 등 관리비용을 뺀 나머지는 자신이 가져가겠다고 했다. 주인 입장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운영을 맡은 모텔은 대박을 쳤다. 여름 성수기 동강에 래프팅을 하러 온 관광객들로 손님들이 넘쳐났다. 그는 "당시 성수기 때 월매출이 6000만~7000만원 정도였다"며 "월세 1500만원과 관리비 인건비 등 기타 비용을 내고 남은 순수익이 2000만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3억원을 투자해 월 2000만원씩 번 셈이다. 그는 7개월 만에 원금 외에 월수익금 권리금 등으로 1억7000만원 정도를 벌고 빠져 나왔다.

◆투자는 계속된다

다음 수순은 직접 모텔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2005년 청주에 있던 한 모텔을 거금 5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그가 투입한 현금은 총 10억원.모텔은 은행 대출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40억원을 대출로 조달할 수 있었다.

투자 원금의 4배에 달하는 대출금이었지만 그는 갚을 자신이 있었다. 상권 분석 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이곳에서도 월 3500만~40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2년 만에 모텔을 팔고 동대문구 장안동 소재 모텔을 운영했다. 보증금 7억원에 월세가 3000만원이었다. 매출 7000만~8000만원,월 순이익 1200만원 정도를 올릴 수 있었다.

현재 김 사장이 임대 운영 중이거나 매입한 모텔은 3곳이다. 서울 답십리 모텔의 경우 공동 투자를 했고,삼성동의 호텔 M은 직접 공사비를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

◆모텔 투자,편견을 버려라

주변 사람들은 처음에 좋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모텔의 이미지가 일반인들에게 좋지 않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김사장은 "세금 다 내고 떳떳하게 하는 일인 만큼 남부끄러울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텔 투자의 최대 장점으로 '현금 동원력'과 '회전력'을 꼽았다. 회전이 빨라 수익이 많고,채권회수를 하지 못해 흑자부도를 낼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도 3억원 정도 종잣돈이면 모텔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발품을 팔면 보증금 2억원에 월세 800만원 수준인 모텔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보자에겐 공동 투자를 추천했다. 운영 노하우가 부족한 만큼 위험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어서다. 성공의 핵심은 '5년 계약'과 '낮은 월세'다. 통상 2년 계약이 일반적이지만 5년으로 계약 기간을 늘리고,월세를 낮춰야 투입한 리모델링 공사비를 다 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 리모델링을 할 때 고객의 취향에 맞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욕조는 방에서 보이지 않는 게 좋다. 치약도 공용보단 일회용을 비치하는 게 낫다.

모텔 운영의 귀재인 그에게도 힘든 점은 있다. 대표적인 게 직원 관리다. 모텔업은 생각보다 직원들이 많이 필요하다. 50실 규모 모텔의 경우 직원들이 10여명 정도다. 그는 "정규직이 아니다 보니 주인의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주 바뀌는 직원들을 숙련시키는 게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