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연일 파는 외국인… 한국증시 본격이탈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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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금리 올라 투자 '부담'
한국 대표기업 매력은 더 커져
국가별 수익률 따른 조정인 듯
한국 대표기업 매력은 더 커져
국가별 수익률 따른 조정인 듯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갑작스럽게 매도세로 돌아섰다. 아직까지 그 규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2년간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이었던 만큼 최근 매도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현 시점에서 궁금한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배경과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지속성 여부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선 전체적인 글로벌 자금 규모와 국제자금의 흐름 구조 재편,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국내 증시의 투자매력도 등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글로벌 자금 규모가 줄어들 경우 그동안 많이 유입되고 수익이 났던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한다. 특히 글로벌 투자 비중이 높은 선진국에서 자금이 줄어들 경우 이 현상은 심하게 나타난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아시아 신흥국에서 대거 자금이 이탈했던 시기가 전형적인 사례다.
정책적으로 신흥국은 올 들어서도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공급이 줄어들고 있지만 선진국은 양적완화,긴급 유동성 조절 등으로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전체적 규모 면에선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위기 과정에서 퇴장했던 통화가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자 시중으로 나오면서 증시 주변 자금은 늘고 있다.
절대 규모는 줄지 않더라도 국제 자금흐름 구조가 재편되면 그동안 많이 유입됐던 국가에서는 자금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 기상도상의 조정이다. 여러 결정 요인 중 단기적으로는 국가별 상대수익률과 중장기적으로 핵심 성장 동인이 바뀔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가별 상대수익률에 있어 올해는 일찍부터 위기 과정에서 덜 오른 국가의 증시가 매력적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 작년 12월 이후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탄 것도 이런 기대를 선반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또 2010년대에는 부존자원이 핵심 성장동인으로 꼽힘에 따라 브라질,러시아 등 자원 부국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가 작년 말에 비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변화다. 굳이 상승 배경을 따진다면 한국 경제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올 들어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불거진 탓이 크다. 해외 시각에 변화가 있다면 국가 신용등급에 있어 지난 2년간 돋보이던 매력이 다소 줄어드는 반면 대표 기업들의 매력은 더 커지고 있는 점이다. 최근 대표 기업들이 국가신인도를 보완하는 효과가 커지고 있다.
해외 시각과는 별도로 포트폴리오상 투자매력도는 줄어드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관행적으로 중시하는 몇 가지 지표로 판단해 보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일단 한국 투자에 신중해진다. 한 달 전부터 유가는 9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자금이 금리 차를 겨냥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 자금을 밀어냈던 투자국의 대표 금리가 오르면 이탈될 소지가 커진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경우 그 임계 수준(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4% 내외로 인식돼 왔다. 한때 연 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연 3%대 중반까지 올랐다.
투자대상국의 환차익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의 경우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추가적으로 적정 환율 수준을 끌어내릴 수 있는 개선요인이 없을 경우 외국인은 환차익 소지가 줄었다고 판단한다. 올 들어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추세적으로 환율은 111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에서 투자대상국 대표금리를 빼 산출하는 '일드 갭(yield gap)'도 자금 회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국내 증시에선 일드 갭이 5%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다. 최근 들어 6%까지 내려 우리 증시의 매력도가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결국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 같은 핵심요인에는 변화가 없고 국가별 기대수익률상 변화에 따른 조정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본격적으로 떠나가는 신호는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올 증시가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유망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높게 잡지 말고 예상되는 리스크에도 대비해 나가는 균형의 중요성을 외국인 매도세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com
현 시점에서 궁금한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배경과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지속성 여부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선 전체적인 글로벌 자금 규모와 국제자금의 흐름 구조 재편,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국내 증시의 투자매력도 등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인 글로벌 자금 규모가 줄어들 경우 그동안 많이 유입되고 수익이 났던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한다. 특히 글로벌 투자 비중이 높은 선진국에서 자금이 줄어들 경우 이 현상은 심하게 나타난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아시아 신흥국에서 대거 자금이 이탈했던 시기가 전형적인 사례다.
정책적으로 신흥국은 올 들어서도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공급이 줄어들고 있지만 선진국은 양적완화,긴급 유동성 조절 등으로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전체적 규모 면에선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위기 과정에서 퇴장했던 통화가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자 시중으로 나오면서 증시 주변 자금은 늘고 있다.
절대 규모는 줄지 않더라도 국제 자금흐름 구조가 재편되면 그동안 많이 유입됐던 국가에서는 자금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 기상도상의 조정이다. 여러 결정 요인 중 단기적으로는 국가별 상대수익률과 중장기적으로 핵심 성장 동인이 바뀔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가별 상대수익률에 있어 올해는 일찍부터 위기 과정에서 덜 오른 국가의 증시가 매력적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 작년 12월 이후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탄 것도 이런 기대를 선반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또 2010년대에는 부존자원이 핵심 성장동인으로 꼽힘에 따라 브라질,러시아 등 자원 부국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에는 큰 변화가 없다.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가 작년 말에 비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변화다. 굳이 상승 배경을 따진다면 한국 경제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올 들어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불거진 탓이 크다. 해외 시각에 변화가 있다면 국가 신용등급에 있어 지난 2년간 돋보이던 매력이 다소 줄어드는 반면 대표 기업들의 매력은 더 커지고 있는 점이다. 최근 대표 기업들이 국가신인도를 보완하는 효과가 커지고 있다.
해외 시각과는 별도로 포트폴리오상 투자매력도는 줄어드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관행적으로 중시하는 몇 가지 지표로 판단해 보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일단 한국 투자에 신중해진다. 한 달 전부터 유가는 9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자금이 금리 차를 겨냥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 자금을 밀어냈던 투자국의 대표 금리가 오르면 이탈될 소지가 커진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경우 그 임계 수준(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4% 내외로 인식돼 왔다. 한때 연 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연 3%대 중반까지 올랐다.
투자대상국의 환차익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의 경우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추가적으로 적정 환율 수준을 끌어내릴 수 있는 개선요인이 없을 경우 외국인은 환차익 소지가 줄었다고 판단한다. 올 들어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추세적으로 환율은 111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에서 투자대상국 대표금리를 빼 산출하는 '일드 갭(yield gap)'도 자금 회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국내 증시에선 일드 갭이 5%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다. 최근 들어 6%까지 내려 우리 증시의 매력도가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결국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 같은 핵심요인에는 변화가 없고 국가별 기대수익률상 변화에 따른 조정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본격적으로 떠나가는 신호는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올 증시가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유망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높게 잡지 말고 예상되는 리스크에도 대비해 나가는 균형의 중요성을 외국인 매도세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