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입자가 집주인 행세 '전세금 먹튀' 주의보
서울 역삼동 A단지 세입자 이모씨는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아파트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넉 달 전 2억7000만원에 계약한 최모씨가 집주인이 아닌 월세입자였던 것이다. 계약 전 등기부등본 주민등록증 등으로 확인했지만 사기전과 5범인 최씨가 위조한 서류에 속았다. 최씨는 공인중개업소까지 차린 후 월세 물건을 전세로 놓고 전세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20명에게서 30억원을 빼앗은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전세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23일 '전세사기 주의보'를 내리고 사기유형,임대인 · 임차인 유의사항을 홈페이지(www.mltm.go.kr)에 게시했다.

◆집주인으로 속여 전세 계약

월세입자가 집주인 행세 '전세금 먹튀' 주의보
국토부가 소개한 사기 유형 중에는 월세입자가 신분증을 위조,집주인처럼 행세하며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금을 가로채는 수법이 가장 많다. 최근 강남지역 고가아파트를 월세로 빌리며 계약 때 알게 된 집주인 인적사항에 자신들의 사진을 붙여 집주인인 것처럼 전세를 놔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계약을 위임받은 중개업자나 건물 관리인이 집주인에게는 월세를 준 것처럼 꾸미고 실제론 전세를 줘 중간에 차익을 유용하는 수법,무자격자가 신분증을 위조해 중개업자 등록을 한 뒤 한 집에 대해 전세계약을 여러 건 맺고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집주인들에게 사기주의 안내문 등을 보내고, 각 지방자치단체엔 대책을 마련해 시행토록 공문을 시달했다. 공인중개사협회에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나 중개업등록증이 대여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임차인,집주인 여부 확인해야

국토부는 전세 관련 사기 대부분은 위조 신분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차인들은 중개업자와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개업자 신원은 해당 시 · 군 · 구청 중개업무 담당 부서를 통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집주인의 경우 신분증을 건물공과금 영수증,등기권리증 등과 비교한다. 집주인의 이웃 등을 통해서도 확인한다.

대리인과 계약을 맺을 땐 소유자에게 위임 여부, 계약 조건 등을 직접 물어보고 위임장 위 · 변조 여부도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사기꾼들은 사기를 목적으로 집을 거래하기 때문에 하자 및 소음 여부 등 전셋집에 대한 상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이 부분을 집중 질문하면 어느 정도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임대인에게 60% 이상 책임

건물 관리를 맡은 관리인이 전세 보증금을 빼돌리는 사기 사건은 임대인에게 상당한 책임이 돌아간다. 관리인에게 인감과 증명서를 내주고 계약과 전 · 월세 보증금 등의 관리를 모두 맡기면 사기 사건을 유발할 공산이 매우 크다.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 책임을 60% 이상으로 산정한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따라서 집주인은 '전 · 월세 계약에 대한 모든 권한과 보증금 · 월세 징수를 맡긴다'는 식으로 위임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수시로 교체하고 월세 및 보증금은 임대인 계좌로 직접 넣도록 한다. 임대차 계약이 월세인지 전세인지를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