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79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들이 직장을 떠나 창업시장을 기웃거리지만 성공의 문은 좁디좁다. 베이비부머들이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창업 인프라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창업이든,재취업이든 전적으로 개인의 역량에 맡겨져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기업은 '나몰라라' 방치,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이 기댈 언덕은 아무데도 없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부모 중 70%는 생활비 도움이 필요하고,자녀의 결혼 준비까지 해주겠다는 베이비부머도 90%에 달했다. 부모 부양과 자녀 지원의 이중 부담을 지고 있는 세대인 셈이다. 원성환 한국시니어산업연구소 대표는 "시니어는 사회적 짐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이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이런 토대 위에서 공공부문이 베이비부머에 대한 재교육이나 은퇴 프로그램을 마련해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베이비부머들의 삶의 질이 나빠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성공의 문은 좁다

체계적인 창업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성공은 개인의 몫이다. 베이비부머 창업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첫번째가 안정성이다. 고시텔을 운영하는 박우성씨(56)는 자신의 퇴직금과 예금 한도 내에서 창업하기로 원칙을 정했다. 박씨는 "직장 다닐 때의 절반을 벌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욕심을 버리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욕심을 버리면 보유자금을 '몰빵'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뿐더러,만에 하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실패를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자신의 적성과 경험,취미를 사업화하는 길이다. 민찬기씨(55)는 지난해 12월 1인 기업인 '민찬기운동처방연구소'를 열었다. 직장생활 29년 동안 운동을 끊임없이 해 온 민씨는 지난해 11월 중기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이 운영하는 '시니어창업스쿨' 과정을 마친 뒤 곧바로 1인 기업을 창업했다. 단골로 다니는 집앞 체육관에 간판을 내걸고 지자체들을 돌면서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고 다니고 있다. '운동처방사'란 민간자격증을 일찌감치 따두었다. 운동처방사란 일상생활의 나쁜 습관으로 병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주는 이른바 '건강도우미' 역할을 한다. 그는 "오랜 운동 경험과 건강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 수입이 적더라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맞춤 창업 프로그램이 긴요

베이비부머의 특성에 맞는 창업 프로그램을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곳은 중기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이 유일하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마련한 시니어 창업교육은 시니어의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경력,네트워크,전문성 등을 감안한 맞춤형 창업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KT를 비롯한 대기업과 금융기관에서 무더기로 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계기로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직 시범사업 중이어서 교육 내용과 강사의 질적인 측면에서 미숙한 형편이다.

또 교육 대상자도 4200명에 불과해 베이비부머 퇴직자 수(연간 79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진흥원은 올해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기로 하고 기초-심화-실전 과정을 거쳐 베이비부머들이 실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진흥원 관계자는 "퇴직자들이 대량으로 나오는 대기업이나 공기업들과 시니어창업협의체를 만들어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들도 퇴직 예정자들이 인생 2막에서 순항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기관에 위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퇴직하는 순간 공백 없이 자영업 시장에 적응하도록 하는 방안이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원 대표는 "기업들이 퇴직이 예정된 베이비부머들에게 시니어 산업과 관련된 일자리와 창업 아이템에 적합한 훈련을 시켜 사회에 내보낸다면 고령화 사회에 꼭 필요한 시니어 산업이 육성되는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