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술 경기가 둔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내달 영국 런던에서 새해 첫 경매를 잇달아 치른다.

소더비는 내달 8,9일(현지시간) 런던 경매장에서 인상주의 및 근대 미술품 경매를 실시하고 15,16일에는 현대 미술품을 경매한다. 크리스티는 9,10일(인상주의와 근대 미술품)과 16,17일(현대 미술품) 대규모 경매 행사를 개최한다.

매년 2월에 열리는 런던의 메이저 경매 결과는 한 해 미술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전 세계 컬렉터와 딜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욕과 함께 세계 미술시장의 양대 축인 런던에 유럽 컬렉터뿐만 아니라 미국 아시아 러시아 중동 등 각국의 슈퍼 리치들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 210억~310억원대 피카소의'독서'

내달 8~10일 실시되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인상파 및 근대 미술품 경매에는 인상파와 근대 미술 대가들의 작품 494점이 쏟아져 나온다. 추정가 총액은 2300억원을 웃돈다.

소더비는 인상파 및 근대 미술품 경매에 피카소,자코메티,르네 마그리트,샤갈 등 대가들의 작품 309점(추정가 1275억원)을 내놓는다. 이날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추정가 210억~310억원에 출품될 피카소의 1932년 작품 '독서(65.5?C51cm)'.피카소가 1927년 파리 길거리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 22세 마리 테레즈 월터의 육체적인 매력과 청순함을 형상한 작품으로 응찰자들의 경합이 예상된다. 미국 시카고의 자선 사업가 제임스 알스도르프가 소장하고 있다가 이번 경매에 출품했다.

세계 최고 경매 낙찰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자코메티의 '디에고'(53억~88억원)와 '팔이 있는 디에고 흉상'(62억~88억원),모네의 '해질녘의 아르장퇴유'(65억~79억원),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마리에'(23억~32억원)도 경매에 부쳐진다.

인상파와 근대미술 대가들의 작품 185점을 모아 경매하는 크리스티는 폴 고갱의 정물화를 전략 상품으로 내놨다. 해바라기를 정감있게 묘사한 이 작품은 고갱이 타히티에 머물던 1901년에 그린 작품으로 추정가 124억~177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 밖에 조르주 브라크의 '기타와 정물'(62억~97억원),드가의 '노란 옷의 댄서들'(53억~88억원)도 고가에 출품됐다.

◆런던시장 회복…작년 낙찰액 3조원

런던 미술시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다가 지난해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큰손 투자자'들도 증가 추세다. 이처럼 미술계가 런던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유럽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의 최고 '블루칩'인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 마크 퀸,트레이시 에민,샘 테일러우드,존 아이작스,제이크&다이노스 채프먼 형제,앤서니 곰리 등 이른바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이 국제 화단에서 맹활약하며 활기를 이끈 점도 작용했다.

◆유동성 풍부…올해 활황 예상

지난해 영국의 경매시장 규모는 3조원을 웃돌았다. 소더비가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선두 자리를 지켰고,크리스티(1조4000억원)와 필립스(6000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영국은 세계 미술시장의 21%를 점유하며 미국(28%)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프랑스(14%)보다 7%포인트나 앞서가며 유럽 미술시장을 제패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국제 미술계는 성장성이 높은 런던시장을 겨냥해 작가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는 한편 유럽시장의 전략기지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지역으로 최근 유동성이 풍부해진 만큼 더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