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도 구제역 한파] 탈지분유 재고 15년만에 최저…제과ㆍ제빵업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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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 살처분…재고 1000t 무너져
중소 아이스크림ㆍ발표유 업체
"수입산까지 일단 물량 확보"
가격도 3개월새 60% 뛰어
중소 아이스크림ㆍ발표유 업체
"수입산까지 일단 물량 확보"
가격도 3개월새 60% 뛰어
전국으로 번진 구제역과 계속된 혹한으로 국내 탈지(脫脂)분유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이 영향으로 탈지분유 시중 유통가격이 최근 3개월 사이에 60% 이상 뛰었으며,중소 제빵 · 제과 ·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탈지분유는 우유에서 지방을 제거한 뒤 건조시켜 분말로 만든 것으로,과자 등의 원료로 쓰인다.
3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탈지분유 재고량은 938t으로 1995년 6월(757t) 이후 15년여 만에 처음으로 재고량 1000t 선이 무너졌다. 1년 전인 2009년 말(4137t)과 비교하면 77% 감소했다.
탈지분유 재고가 급감한 것은 지난해 11월 말 발생한 구제역이 2개월 넘게 전국을 휩쓸면서 젖소 살처분의 영향으로 우유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 달 이상 이어진 혹한도 젖소들이 원유(原乳)를 만들어내는 데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원유 생산량은 17만5542t으로 전년 동월 대비 6.4% 감소했다.
유업계는 1월 말 현재 탈지분유 재고가 거의 바닥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전국 우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경기지역 젖소 살처분이 1월 초부터 본격화된 점을 감안할 때 탈지분유 생산량은 지난달에 비해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탈지분유를 많이 사용하는 제과 및 제빵,아이스크림,발효유 등의 업체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한 중견 제과업체 구매 담당자는 "지금까지 대부분 국내산 탈지분유를 사용해 왔으나 최근엔 물량 구하기가 어려워져 국산 · 수입산 가리지 않고 구매 가능한 물량은 일단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유업체 관계자도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남아돌던 자체 생산 탈지분유 물량이 빠듯해져 저가 액상 요구르트 제품에 대해 수입산 탈지분유를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업체 관계자는 "자체 사용분과 대형 거래처 고정계약분을 제외하면 남는 물량이 거의 없다"며 "중소 제과 및 제빵 업체들에 대한 공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지분유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3~4개월 전만 해도 ㎏당 7000~8000원이던 것이 최근 1만2000~1만3000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2009년 말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렇게 오른 가격에도 물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탈지분유 수급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뒤늦게 할당관세 적용을 통한 수입 확대에 나섰다. 종전 20%였던 쿼터물량 할당관세율을 '제로(0)'로 낮춰 8000t의 물량을 올 상반기 중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수입 물량 신청접수,업체별 물량 배정,수입 업체 선정,운송 기간 등을 감안할 때 빨라야 4월 초에나 수입 물량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며 "구제역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수급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할당관세가 아닌 일반관세율은 176%에 달해 식품업체들이 임의로 탈지분유를 수입하기는 힘든 상태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