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에 느닷없이 '중국판 모기지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그만큼 중국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이 심각해 앞으로 붕괴될 경우 중국뿐 아니라 한국 등 주변국 경기에도 커다란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게 이 같은 우려의 골자다.

지난 3년간 중국 주가가 경제성장만큼 오르지 않은 것과 최근 제기된 중국판 모기지 사태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나선형 악순환 이론(spiral vicious circle theory)'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학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이 이론이 최근 중국 자산시장을 설명하는 데 새삼 거론되는 데는 중국 경제의 성장 경로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처럼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 단계에는 북한의 샛별 보기,중국의 대약진 운동처럼 단순히 투입되는 생산요소만 늘리는 '외연적 성장 경로'를 거친다. 이 경로가 한계에 부딪치면 그 이후에는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연적 성장 경로'로 이행된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는 이 경로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자산 거품,물가 급등과 같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는다. 중국도 이런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1차로 2004년 하반기부터 1년6개월간,2차로 작년부터 지금까지 긴축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물가를 잡는 데 주력해온 것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차이점이다.

하지만 긴축정책의 주된 수단으로 삼은 금리 인상이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1~2차 긴축 초기에 단행한 금리 인상이 때마침 불어온 증시 호황으로 국내 대출을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차 긴축기에는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 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부동산 거품이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인상→핫머니 유입→통화팽창→부동산 거품,물가 급등→추가 금리인상'이라는 나선형 악순환이 발생해 긴축 기간이 길어졌고 금리인상폭도 커졌다. 최근 이집트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점이 1차 때보다 2차 나선형 악순환 국면의 속도와 폭을 가속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돼 주목된다.

문제는 긴축정책의 추진 기간이 길어지고 금리인상폭이 확대됨에 따라 이제는 중국 경기마저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본래 중국 정부는 긴축정책을 추진해 자산 거품과 인플레를 걷어내고 성장률(비행기)을 잠재성장률 수준(활주로)으로 안착시켜 경제주체(승객)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재 중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8~9%로 추정된다.

만약 중국 경기가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지는 경착륙이 나타난다면 나선형 악순환 국면에 '경기침체'라는 고리가 더 추가된다. 이 상황이 우려되면 핫머니가 급속히 이탈,자산 거품이 꺼지고 경기는 '역자산 효과'로 상당 기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1930년대 긴축을 추진하다 경기마저 붕괴시킨 이른바 '에클스의 실패(Eccles's failure)'에 해당한다.

올 들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위주로 지금까지 긴축정책의 방향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추진할 새로운 긴축정책 방향은 향후 중국판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경우 과연 중국 내 부담이 얼마나 될 것인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 위기가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아니면 '위기 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가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는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이 얼마나 높으냐,다른 하나는 투자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 하는 글로벌화 정도에 좌우된다. 이들 두 지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기 확산형으로 악화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효과'가 발생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인 미국 금융회사들의 이 두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두 지표 모두 낮은 편이다. 최근 우려대로 중국판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소지는 적은 대신 그 충격은 중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향후 긴축정책은 중국 국민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대책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선진국 저금리와 양적완화에 주로 기인하는 만큼 금리 인상은 가능한 한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핫머니 등 외국자금에 대한 방어와 함께 일정 폭의 위안화 절상 수용,임금 등 각종 가격통제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도모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