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은 뒤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많으면 초과분을 시장에서 사야 하고,할당량보다 배출량이 적으면 절약분을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을 정부의 직접 규제가 아닌 시장 원리에 맡기는 시장형 규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고한 배출권거래제 입법예고안을 보면 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른다. 예컨대 정부로부터 매년 7000만t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받은 업체는 제도 도입 1단계(2013~2015년)에 할당량의 10%인 700만t을 정부로부터 돈을 주고 사야 한다.

기업이 돈을 주고 정부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은 제도 도입 2단계(2016~2020년)에서는 시행령에 따라 10%에서 100% 사이의 특정 비율로 정해지고,3단계(2021~2025년)에서는 100%로 높아진다. 배출권 가격이 t당 1만원에 형성된다면 기업은 1단계에는 700억원의 환경 비용이 들고,3단계에는 7000억원을 초기에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업들은 단계에 상관 없이 유상할당 비율을 0%로 낮춰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1단계 유상할당 비율을 5%로 낮추고 2,3단계 유상할당 비율을 향후 시행령으로 정하겠다는 수정안을 최근 제시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물론 이 업체가 에너지 절감을 통해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량보다 줄이면 초기 비용을 일부 회수할 여지는 있다. 가령 6000만t만 배출했다면 1000만t을 배출권거래소에 내다 팔 수 있고 이를 통해 300억원(1000만t×1만원-1단계에 정부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배출권 비용 700억원)의 이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하면 초과분을 시장에서 추가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산업계는 한국의 주력업종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 화학 등이란 점에서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초과분을 시장에서 구입하지 않으면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정부가 시장에서 형성되는 배출권 가격의 최대 5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기업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과징금 최대 한도를 시장가격의 3배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배출권 가격이 t당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오르면 기업의 배출권 구입 비용이 2배로 커지게 된다. 배출권 시장이 활성화된 유럽에선 투기 세력이 가담해 배출권 가격이 요동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