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외국인, 올해 산 주식 다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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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2045 올들어 최저
6일간 1조5000억 '팔자'…긴축 피해 선진국 증시로
"단기 차익실현" 의견 우세…환율·美국채 금리가 변수
6일간 1조5000억 '팔자'…긴축 피해 선진국 증시로
"단기 차익실현" 의견 우세…환율·美국채 금리가 변수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외국인은 지난달 초 나흘 새 1조원 가까이를 사들인 뒤 매도 우위로 전환해 결국 9일 누적 순매도로 돌아섰다. 중국이 은행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등 신흥국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선진국 증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단기 차익 실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원 · 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원화 강세)하는 데다 미국 국채 금리도 뜀박질하고 있어 수급을 둘러싼 환경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매도에 코스피지수 '미끌'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765억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지난달 28일 이후 6거래일 만에 1조5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내 올 들어 3508억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장 초반부터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는 24.12포인트(1.17%) 밀려나 연중 최저치인 2045.58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차익 실현 매물이 운수장비(2475억원)에 집중되면서 현대차(-2.76%) 기아차(-2.98%) 삼성중공업(-6.38%)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장혜원 우리투자증권 해외세일즈팀장은 "설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그간 많이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날 중국 인민은행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서 조선 음식료 등 중국 관련주에 매도 주문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선진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그간 비중을 크게 늘려둔 이머징국가(신흥국)들은 긴축 압력이 고조되고 있어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진한 아시아 증시와 달리 미 다우지수와 영국 FTSE지수는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동반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외국인이 앞서 중국이 금리를 올렸을 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신흥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매도 우위 당분간 지속될 듯
당분간은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험상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를 넘어가면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보였다"며 "이는 달러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연 3.38%에 머물렀던 미 국채 10년물은 이달 들어 연 3.74%로 0.36%포인트나 뛰었다.
원 · 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이 추가로 누릴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머징 증시 대비 한국 증시의 저가 매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외국인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이 매수를 재개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원화 강세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외국인 사이에서도 이미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다"며 "단기 투자 성향의 외국인이 차익 실현을 지속하고 있지만 대부분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보고 있어 오히려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사자'로 돌아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한민수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