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 엄두도 못내는 형편입니다. "

요즘 음료업체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털어놓는 고민이다. 국내 음료시장에서 마지막 '히트상품'이 나온 것은 4년 전의 일이다.

2005년 출시된 동원F&B의 '보성녹차'에 이어 2006년 남양유업의 '17차',2007년 광동제약의 '옥수수 수염차' 등 차(茶)음료 시장이 한동안 선전한 이후에는 이렇다 할 히트제품이 없었다. 이후에도 수많은 음료제품이 나왔지만,업계에서 '히트제품'의 기준으로 여기는 매출 1000억원에는 못 미쳤다.

이유는 투자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보다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료시장에 비(非)음료업체들이 손쉽게 뛰어드는 데다 '노이즈 마케팅'이 심한 편"이라며 "히트상품을 내놓으려면 개발비 외에 마케팅 비용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2~3년간 연구 · 개발(R&D)한 끝에 신제품을 내놔도 문제다. 6~7개월마다 음료 트렌드가 바뀌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2006년에 시작된 '석류음료' 열풍이 일순간 잠잠해진 게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서 2009년 히트상품 후보에 올랐던 한 업체의 '쉐이킷붐붐'도 젤리음료에 대한 호기심에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높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작년 말 '써니텐'이 주력제품인 해태음료는 5년간 지속됐던 적자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단돈 1만원에 LG생활건강에 팔렸다.

음료업계에선 신제품 개발보다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미투'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로부터 '검증'받은 선발업체의 제품을 따라 내놓으면 R&D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로열티를 받고 판매하거나 업체들끼리 서로 제품을 베껴 만드는 일이 반복되면서 음료시장이 지난 몇 년간 정체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