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업 생산량은 312만6000t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통계청은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113만4000t,원양어업이 59만t으로 각각 7.5%와 3.6%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내수면 어업(3.0%)과 천해양식어업(4.4%)에서 생산이 다소 증가,어업생산량 감소폭을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가격 상승이다. 지난해 어업 생산금액은 전년(6조9242억원)보다 7.1% 증가했다. 생산량이 줄어드는데 금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판매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55㎏으로 전 세계에서 일본(64.6㎏)다음으로 많아 '피시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산물 수급 악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수산물 소비 급증 등에 따른 어족자원 부족이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t의 수산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전 세계 수산물 어획량은 2000년 6300만t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1인당 수산물 소비량(연간)은 2000년 들어 매년 증가세다.

이 같은 수급 악화로 국제 수산물 가격 지수는 지난해부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러시아 등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에 따른 식생활 패턴 변화로 수산물 수급 불균형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수산물 가격도 급등

지난해부터 국내 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15일 거래된 고등어(중품)의 ㎏당 경락가격은 4380원으로 1년 전보다 38.6% 올랐다. 물오징어는 67.3%,건오징어(20마리)는 57.1% 각각 급등했다. 갈치 역시 ㎏당 1만6700원으로 전년 대비 24.6% 상승했다.

고등어와 갈치,오징어 등 난류성 어족을 중심으로 수산물 가격이 오른 것은 한파와 폭설 등 이상기온 탓으로 분석된다. 부산 대형선망수협 판매과 관계자는 "최근 바다에 파도가 강해 조업을 나가더라도 투망(물속에 그물을 넣는 것)이 어려워 어획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 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는 "고등어는 한시적으로 관세가 풀려 냉동 수입산 물량이 유통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라고 말했다.

◆장기 대책 필요

최근 들어 주요국들이 수자원 보호를 위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하는 등 조업관리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수산물 쿼터 확보에도 혈안이 돼 있다. 국내에서도 사조산업이 지난달 러시아 수산회사 두 곳을 인수하는 등 수산물 확보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피시플레이션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농축산물만큼은 아니지만 수산물도 주요 물가지수 급등을 견인하고 있다"며 "가격 불안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준석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관은 "원양어업 선진화와 해외 수입선 다변화 등 여러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산물 비축 문제도 장기적으로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서욱진/강유현 기자 venture@hankyung.com

◆ 피시플레이션

수산물(fisheries)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수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과 실물가치 하락을 뜻한다.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이라는 말이 상용화된 이후 새롭게 많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