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 학동역 인근에 있는 치킨 · 호프전문점 '치킨매니아'는 점포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를 카페처럼 꾸몄다. 치킨이라고 써놓은 간판과 고소한 닭튀김 냄새가 아니면 이곳이 치킨집인지 카페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세련된 그린톤과 화사한 파스텔톤의 조화,벽돌을 아치형으로 쌓아 올려 멋을 낸 벽,꽃무늬 패브릭 소파 등은 영락없는 유럽식 카페를 연상시킨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풍경이 어울릴 것 같은 테라스에서는 치킨과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점주 조양수 씨(52)는 "커피향이 날 것 같은 세련된 인테리어 덕분에 호프집의 주 고객인 남성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들까지 손님으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개업한 지 3개월 됐지만 주변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105㎡(약 32평) 규모 매장에서 한 달에 4500만~5000만원 매출이 오르고 있다. 순익은 1350만~1500만원 정도.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30%에 달하는 건 조씨 본인이 점포 소유자여서 월세가 나가지 않는 덕분이다. 초기 투자비는 인테리어와 시설비를 합쳐 총 1억3000만원 들었다.

◆카페형 점포 전방위로 확산

카페형 점포에 주목하는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상당한 자산을 축적한 베이비 부머들은 체면을 고려해 투자비가 좀 들더라도 번듯한 점포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커피전문점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서민층의 창업이 생계형이나 배달형,무점포 영업형에 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재희 한경자영업지원단 단장은 "카페형 점포는 고급스런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점포 이미지 고급화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카페형 점포는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호프집 분식점 떡집 등 카페와 무관해 보이던 점포들도 카페 형태로 매장을 꾸미고 있다. 분식점의 경우 김밥 떡볶이 순대 등의 메뉴를 젊은층의 감각에 맞게 다양화하거나 깔끔한 인테리어와 세련된 분위기를 통해 동네 주변의 지저분한 분식집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요런떡볶이'는 주재료인 떡에 녹차 클로렐라 백년초 등을 첨가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으며 고급화에 힘썼다. 인테리어도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를 참여시켜 카페형으로 바꿨다.

우동 · 돈가스전문점 '미소야'는 벽면에 목재를 이용해 목가적 분위기를 살리고 바닥은 광 나는 코팅을 해 고급 카페 같은 느낌을 냈다. '찌개애감동'은 손님들에게 밥집보다는 찌개 카페로 불린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는 커피나 와인을 제공할 법하지만,정작 식탁에 나오는 메뉴는 된장찌개 청국장 김치찌개 등이다.

'떡 카페'도 등장했다. '예다손'은 기존 재래시장 떡집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카페처럼 예쁘게 인테리어를 꾸며 손님들의 눈길을 잡았다. 손님들은 자기가 먹고 싶은 떡을 한두 개씩 골라 커피 전통차 수정과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미단'은 신세대 직장인을 위한 '조랭이떡스파게티' 등 식사 메뉴와 떡을 이용한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틈새시장 확보한 카페형 매장

카페펍 '비어익스프레스'는 호프집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접목한 카페형 매장을 내놓았다. 밤에만 영업하는 호프집과 달리 낮에도 문을 여는 카페형 매장이다. 낮에는 커피 주스 등의 음료,파스타 피자 등의 식사,와플 젤라또 등의 디저트를 판매한다. 저녁에는 맥주 와인 칵테일에다 살라미꼬치 허브버터골뱅이 등 유러피언 스타일의 안주를 즐길 수 있다. 서울 이수점을 운영하는 김명기 씨(50)는 "손님의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라며 "한 달 평균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버거 카페를 표방하는 '맘스터치'는 기존 패스트푸드형 치킨전문점에 커피를 접목한 카페형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낮에는 햄버거,오후에는 커피,저녁에는 치킨과 맥주로 시간대별 메뉴를 마련해 연령대와 취향이 각기 다른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정현식 맘스터치 본사 사장(52)은 "수제 방식의 햄버거를 도입해 기존의 패스트푸드 매장과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빵집들도 카페형 점포를 지향하고 있다. 치킨업계 1위 브랜드인 BBQ는 1800여개 가맹점 중 500여개를 배달형에서 카페형으로 변신시켰다.
◆초기 투자비 늘어나는 건 부담

카페형 점포를 창업할 때는 초기 투자비용이 늘어나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인테리어를 고급화하기 위해선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투자비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창업비용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게 좋다는 지적이다. 이종오 외식창업문화연구소장은 "카페형 매장은 객단가가 뒷받침되는 오피스 상권이나 중산층 이상의 주택가 상권과 어울린다"며 "업종과 상권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투자비만 잔뜩 들이고 인테리어 업자만 배불리게 된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