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선두권인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맞은 직접적인 이유는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때문이다. 무리한 인수 · 합병(M&A)도 원인이었다.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에 부실저축은행 2곳을 한꺼번에 인수하라고 권유한 것도 부실의 씨앗이 됐다.

◆PF 비중 71.8%에 달해… 부실 가속

부산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2조3568억원이다. 전체 대출 잔액 3조2814억원의 71.8%에 달한다. 다른 저축은행의 PF 대출 비중이 30% 선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저축은행 PF 대출은 부동산 개발이 착공되기 전 사업자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으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2005~2007년 PF 대출을 크게 늘렸으나 2008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실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부산저축은행은 주로 골프장 콘도 주상복합 아파트 등에 대해 PF 대출을 해줬다. 부산저축은행 PF 사업장의 시공사는 주로 쌍용 한일 남광토건 등 건설사들이 맡았다. PF 대출 부실로 부산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09년 6월 말 10.11%에서 지난해 말 5.13%로 급격히 떨어졌다.

◆당국 인수 압박도 논란

2008~2009년 금융당국은 BIS 비율이 5% 이하로 떨어져 적기시정조치 단계에 있는 대전 고려(현 전주) 양풍(현 토마토2) 중부(현 현대스위스3) 저축은행 등을 대형 저축은행에 인수시켰다. 공적자금 투입을 막고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시장 불안 조성→업계 신용 타격→금융권 시스템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금융당국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대형 저축은행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영업구역 이외의 지역에 지점을 낼 수 있게 하는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2008년 9월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당시 업계 1위인 부산저축은행은 당국의 권유로 가장 부실한 대전 고려(현 전주) 등 2개 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부산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높았으나 2006~2007회계연도에 600억~700억원대의 순익을 냈고,2008년에도 250억~300억원대의 순익을 기록했다. 반면 대전저축은행은 당시 PF 부실로 인해 순자산이 -827억원으로 대규모 자본잠식 상태였다. BIS 비율도 0~3%대를 넘나들었고 거액대출한도 초과 취급 위반과 PF 대출 부실로 적기시정조치만 수년째 받아왔다.

부산저축은행은 대전저축은행 정상화를 위해 2400억원을 투입했고 고려저축은행 정상화에도 500억원을 투입하면서 부실이 심해졌다. 당국이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압박하면서 우량 저축은행 부실의 단초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일고 있는 이유다. 당시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토마토저축은행은 양풍저축은행을,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중부저축은행을,미래저축은행은 한일저축은행을 각각 인수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