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다빈치 수술로봇을 도입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양승철 비뇨기과 교수가 지난해 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로봇수술의 단점을 맹비난함으로써 로봇수술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보름 후 세브란스병원에서 로봇수술 5000례 돌파를 계기로 그동안의 성과를 재조명하는 심포지엄을 가졌지만 로봇 및 소모용 부품가격이 내려가든지,국산화에 성공해 저변이 확대되든지,비용 대비 효용성이 입증된 적응증에만 로봇수술이 허용돼야 이 같은 논란이 불식될 것으로 관측된다.

로봇수술은 미국에서 전립선암에 대한 로봇수술을 배우고 돌아온 이 병원 나군호 비뇨기과 교수가 앞장섬에 따라 2005년 국내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돼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총120대) 가운데 가장 많은 33대를 수입했고 전국 27개 병원에서 7200여건의 수술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요즘에는 '과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양 교수는 "요즘 일부 의사들이 개복수술을 하면 '피가 철철 난다''입원 기간이 길다'며 로봇수술을 권유하고 있다"면서 "로롯수술은 첨단인 양 호도하며 기존 수술은 구식으로 몰고 있는 데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로 경제적 부담능력이 적은 서민들에게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이 권위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로봇수술을 권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예컨대 신장에 부분적으로 생긴 암을 절제하는데 복강경 수술이면 충분한데 로봇수술을 권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로봇수술 비용은 700만~2000만원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수술에 비해 3~7배 비싸다.

로봇수술은 주로 비뇨기과 또는 산부인과 질환에 적용되는데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출혈량 감소,요실금 및 발기장애 부작용 감소,입원기간 단축 등이다. 이에 대해 로봇수술을 시행하는 병원들은 "시행건수가 아직 적고 추적 관찰한 기간이 짧아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로봇수술의 효용성이 우월하다고 답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암 수술의 경우 5년 생존율을 따지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강영 연세대 의대 외과 교수는 지난달 14일 열린 세브란스병원 심포지엄에서 "로봇수술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며 "수술 후 퇴원해 직장에 조기 복귀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후유증 감소로 삶의 질이 올라가 수술비용 외에 더 많은 부가혜택을 얻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심장질환수술 위주로 그동안 400건의 로봇수술을 시행한 중국 베이징 인민해방군종합병원의 가오창칭 흉부외과 전문의는 "심장판막술,심장우회로술 등에 로봇수술을 적용한 결과 기존 수술 방식보다 안전하고 정상조직을 덜 훼손시키며 퇴원 후 삶의 질이 올라갔다"고 거들었다. 그는 "수술비용보다는 수술의 질과 수술 후 절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비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로봇수술의 고비용은 여전히 도마에 오를 만하다. 로봇수술 장비의 가격은 5년 전 20억원대에서 최근 25억원 이상을 웃돌고 있다. 기능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게 가격 인상의 사유다. 소모성 재료인 로봇팔은 10회 이상 사용하면 케이블이 멸균소독 과정에서 망가져 수술조작의 민감도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평균적으로 한 번 수술에 120만원의 소모성 경비가 들어간다. 이에 대해 다빈치로봇을 독점 제작 · 판매하는 미국 인투이티브서지컬사의 허버트 스테인 이사는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고 새 제품을 개발하려면 비용이 든다"면서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이며 모든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액의 외부 연구지원자금을 책정해놓고 있으나 아직까지 한국에 임상연구를 지원할 계획은 고려치 않고 있다"며 "지원 수요가 있고 우수한 임상연구 성과가 기대되면 제공할 것"이라고 대답해 장내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다빈치로봇의 기능도 아직은 개선할 점이 많다. 사람이 수술 현미경을 보고 느끼는 시각과 로봇이 움직이는 촉각이 불일치하는 경우다. 예컨대 의사가 로봇이 수행하는 적당한 힘의 크기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봉합할 때 너무 강하게 묶어 매듭이 잘 형성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복강경 수술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숙련의들의 입장이다. 오히려 복강경 수술에 익숙해지려면 30~40회의 시행착오(test bed)가 요구되지만 로봇수술은 10회 이내로 양질의 수술이 가능하다는 반론이다. 수술로봇의 촉각 예민도는 향후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인투이티브서지컬사는 설명했다.

로봇수술에 대한 찬반 논쟁은 진행형이다. 신기술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정착될 때 초기 매몰비용이 높고 언제나 반대세력이 있기 마련인 시각과 복강경 또는 개복수술도 의사의 테크닉만 숙련돼 있으면 수술 결과가 로봇수술과 별 차이가 없고,로봇수술이 환자의 건강에 이롭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며,비용만 낭비한다는 반대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서구에서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는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부인암 두경부암에 대한 로봇수술기법이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하고 있고,국내 과학기술계가 수술로봇 기술을 급속도로 따라잡으며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어 한국 의료산업 발전엔 긍정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