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게 하는 쌀,다이어트용 쌀,혈압 안정용 쌀,알코올 중독자용 쌀.'

특별한 효능이 첨가된 '기능성 쌀'이 각광받고 있다. 외식 빈도 증가 등으로 일반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기능성 쌀은 재배 과정에서 특정 물질을 첨가하거나 생산된 쌀에 균 배양이나 영양분 코팅 또는 품종 개량을 통해 다양한 기능이 첨가된 쌀을 말한다. 그동안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도맡아 개발해 온 기능성 쌀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었다.

대상 청정원은 자사의 유기농 브랜드인 오푸드가 특수 품종인 영안벼를 단일 품종으로 쓴 고급쌀 '한알의 약속'(3㎏ 1만9800원,8㎏ 4만2000원)을 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전남 장흥 · 무안지역 유기농 생태마을에서 생산된 영안벼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필수아미노산 중 성장과 발육을 돕는 라이신 함량이 일반 쌀에 비해 약 3.6배 높은 특수 품종이란 설명이다.

박규홍 대상 고급쌀팀 매니저는 "일반 쌀 시장은 줄어들고 있지만 기능성 쌀 소비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번 신제품은 30~40대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이 개발한 다양한 기능성 쌀은 대부분 소규모 농협이나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기능성 쌀의 가격은 일반 쌀보다 3~4배가량 비싸다.

'밀양263호'는 알코올 섭취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가바(GABA)'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품종이다. 농진청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임상실험에서 '밀양263호'를 10일간 먹은 알코올 중독 생쥐는 알코올 섭취량이 실험 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발아현미 형태로 이 쌀을 섭취한 생쥐들은 알코올 섭취량이 65%까지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고아미 2 · 3호'는 일반 쌀보다 '저항전분 식이섬유'가 5배가량 높은 다이어트용 품종이다. 이 성분은 체내의 중성지방을 흡착해 밖으로 배출시킨다. 비만환자에게 한 달간 일반 쌀과 '고아미 2호'를 50% 혼합한 밥을 먹도록 실험한 결과 일반 쌀을 먹으면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간 반면 고아미 2호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 필수아미노산 8종이 일반 쌀보다 30% 이상 많이 함유돼 발육기 아이,노인 등에게 적합한 '하이아미',단맛이 나 쌀과자나 음료 등 가공용으로 쓰이는 '단미' 등도 출시되고 있다.

오세관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원은 "기능성 쌀 시장은 초기 단계여서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최근 2년 새 50% 이상 성장했다"며 "지난해 기능성 쌀 시장은 8조원 규모의 일반 쌀 시장의 약 6%인 48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최근 기능성 쌀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2~3년 내 일반 쌀 시장의 10%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농진청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 93.6㎏에서 지난해 72㎏으로 떨어졌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