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료업체들이 배합사료 가격을 올린 것은 원료인 옥수수 등의 국제가격이 크게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에 가격을 인상한 A사 관계자는 "원재료 상승분을 따져보면 10% 이상 올렸어야 했지만 구제역 여파로 고충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상황을 감안해 6%대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전국적으로 번진 구제역으로 인상 시기를 2개월가량 늦췄다"고 덧붙였다.

연간 7조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사료 시장에선 농협과 카길이 각각 20%와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이 5~6%씩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군소업체들이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2개사가 잇따라 가격을 3.5~8.1% 올림에 따라 여타 업체들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농협은 사료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곡물가 폭등 영향

배합사료의 원료인 대두박(콩깻묵) 옥수수 소맥 등의 국제가격은 지난 1년 사이에 급등했다. 원자재정보업체 코리아PDS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대두박은 t당 354.9달러로,작년 이맘때(279.6달러)보다 27% 올랐다.

옥수수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이날 CBOT에서 옥수수는 부셸당 696.5센트를 기록,367.75센트에 거래되던 1년 전보다 89%나 뛰었다. 소맥 가격은 부셸당 782.5센트로,1년 전(491.75센트)보다 59% 상승했다. 이들 곡물 가격이 치솟은 것은 라니냐의 영향으로 미국 남미 호주 등지의 곡물 작황이 부진해 공급량이 줄어든 탓이다.

이명림 코리아PDS 연구원은 "옥수수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3개국이 수출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곡물 성장기인 작년 하반기에 가뭄이 들어 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농림부에 따르면 2010~2011년 전 세계 옥수수 소비량은 8억3690만t으로 전망되는 데 비해 예상 생산량은 8억1426만t에 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맥도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라니냐 영향으로 호주에 폭우가 쏟아져 작황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축산 농가 부담 가중

배합사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축산 농가들의 생산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구제역 피해가 워낙 심각해 농가들이 사료값 인상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면서도 "300만마리 넘게 가축을 살처분한 상황에서 사료값까지 오르면 농가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축산 농가 중에서도 양돈 · 양계 농가들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우 농가의 70%는 농협 사료를 쓰지만 양돈 · 양계 농가들의 70%가 일반 사료업체의 사료를 쓴다"며 "협동조합인 농협은 사료값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지만 일반 사료업체들은 마냥 인상 시기를 늦추지 못해 양돈 · 양계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