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S자형 투자이론으로 본 중장기 유망 업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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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10% 넘으면 폭발적 성장
월가 '알파라이징' 업종 찾기 분주…식료품·에너지·제약株도 주목
월가 '알파라이징' 업종 찾기 분주…식료품·에너지·제약株도 주목
요즘 들어 나라 밖에서는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 점점 심해지는 '스파게티(혹은 누들) 볼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파게티 볼 효과라는 용어는 3년 전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아시아 지역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다"며 "과도한 FTA 확산은 무역의 복잡성을 증대시켜 오히려 기업에 해를 줄 수 있는 이른바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우리도 짧은 기간에 FTA 체결국과 협상국이 많아지면서 각국 FTA에서 다른 규정(예컨대 원산지 규정)이 적용됨에 따라 수출기업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마치 스파게티나 국수처럼 얽히고 설켜 FTA 협정을 많이 체결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 경제와 증시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스파게티 볼 효과가 우려되는 곳은 비단 FTA정책뿐만이 아니다. 올해 우리 경기를 보는 시각은 경제성장률이 5%로 올라설 것이라는 '소프트 패치론',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번 사태로 성장률이 급락해 경착륙할 것이란 전망 등 제각각이다. 증시를 보는 시각도 조만간 주가가 본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낙관론,코스피지수가 1500선까지 조정받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으로 엇갈린다.
최근처럼 경기나 주가를 보는 시각이 제각각일 때 미국 월가에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확실한 수익을 내는 방안으로 S자형 투자이론을 중시한다. S자형 이론은 사람의 성장 곡선에서 유래됐다. 모든 신기술과 제품은 시장점유율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아도 서서히 틈새시장을 파고든다. 일단 소비자와 가정 속에 약 10%가 보급되고 나면 급속히 퍼져나가는 큰 흐름을 이룬다.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는 1886년 처음 발명된 후 1900년께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당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던 고소득층의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해 1914년께는 10%를 차지했다. 그 후 자동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꼭 14년 만인 1928년 90%에 도달했다.
한때 국내에서도 유행했던 해리 S 덴트의 '버블론'에서 2009년까지 자산시장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봤던 것도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 소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의 보급률이 이때까지 90%에 달할 정도로 급신장할 것이라는 S자형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S자형 이론이 나오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어떤 신기술과 제품의 보급률이 10%에 달하면,그 이후에는 요즘 월가의 최대 뉴스메이커로 다시 부각되는 구글의 조지 레이에스가 언급해 유명해진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수의 법칙이란 매출이 100억원이던 기업이 이듬해 150억원이 될 경우 매출 증가율은 50%다. 그 다음 해에 50% 성장하려면 75억원,그 다음해에는 112억5000만달러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S자형 이론에 따른다면 어떤 기술과 제품이든 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단 보급률이 10%에 달하면 확신을 갖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 놓을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재스민 혁명으로 갑자기 불어닥친 포트폴리오 혼돈기를 맞아 월가 펀드매니저들도 이 이론을 근거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주력한다.
그중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알파 라이징(α-rising)' 업종이다. 알파 라이징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와,위기 이후 적용될 새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을 붙여 만든 용어다. 그런 만큼 위기 이후 형성될 미래 트렌드와 관련해 현재 연구 · 개발 중인 새로운 상품을 찾기에 분주하다.
얽히고 설킨 국수는 찬물에 담갔다 꺼내면 가지런히 정돈된다. 그때그때 경기와 증시 전망에 따른 인기주와 관계없이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걸형' 업종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걸형 업종이란 식료품 에너지 제약 등과 같은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업종을 말한다.
앞으로 이들 업종이 더 유망해 보이는 것은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즉 BOP(base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업종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의 72%인 40억명에 이르며,시장 규모도 5조달러에 달하는 거대시장에 해당한다. BOP 계층은 중간소득 계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넥스트 볼륨 존''넥스트 마켓'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위기 후 산업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스파게티 볼 효과라는 용어는 3년 전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아시아 지역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다"며 "과도한 FTA 확산은 무역의 복잡성을 증대시켜 오히려 기업에 해를 줄 수 있는 이른바 스파게티 혹은 누들 볼 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우리도 짧은 기간에 FTA 체결국과 협상국이 많아지면서 각국 FTA에서 다른 규정(예컨대 원산지 규정)이 적용됨에 따라 수출기업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마치 스파게티나 국수처럼 얽히고 설켜 FTA 협정을 많이 체결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 경제와 증시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스파게티 볼 효과가 우려되는 곳은 비단 FTA정책뿐만이 아니다. 올해 우리 경기를 보는 시각은 경제성장률이 5%로 올라설 것이라는 '소프트 패치론',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번 사태로 성장률이 급락해 경착륙할 것이란 전망 등 제각각이다. 증시를 보는 시각도 조만간 주가가 본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낙관론,코스피지수가 1500선까지 조정받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으로 엇갈린다.
최근처럼 경기나 주가를 보는 시각이 제각각일 때 미국 월가에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확실한 수익을 내는 방안으로 S자형 투자이론을 중시한다. S자형 이론은 사람의 성장 곡선에서 유래됐다. 모든 신기술과 제품은 시장점유율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아도 서서히 틈새시장을 파고든다. 일단 소비자와 가정 속에 약 10%가 보급되고 나면 급속히 퍼져나가는 큰 흐름을 이룬다.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는 1886년 처음 발명된 후 1900년께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당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던 고소득층의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해 1914년께는 10%를 차지했다. 그 후 자동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꼭 14년 만인 1928년 90%에 도달했다.
한때 국내에서도 유행했던 해리 S 덴트의 '버블론'에서 2009년까지 자산시장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봤던 것도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 소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의 보급률이 이때까지 90%에 달할 정도로 급신장할 것이라는 S자형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S자형 이론이 나오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어떤 신기술과 제품의 보급률이 10%에 달하면,그 이후에는 요즘 월가의 최대 뉴스메이커로 다시 부각되는 구글의 조지 레이에스가 언급해 유명해진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수의 법칙이란 매출이 100억원이던 기업이 이듬해 150억원이 될 경우 매출 증가율은 50%다. 그 다음 해에 50% 성장하려면 75억원,그 다음해에는 112억5000만달러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S자형 이론에 따른다면 어떤 기술과 제품이든 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단 보급률이 10%에 달하면 확신을 갖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 놓을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재스민 혁명으로 갑자기 불어닥친 포트폴리오 혼돈기를 맞아 월가 펀드매니저들도 이 이론을 근거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주력한다.
그중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알파 라이징(α-rising)' 업종이다. 알파 라이징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와,위기 이후 적용될 새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을 붙여 만든 용어다. 그런 만큼 위기 이후 형성될 미래 트렌드와 관련해 현재 연구 · 개발 중인 새로운 상품을 찾기에 분주하다.
얽히고 설킨 국수는 찬물에 담갔다 꺼내면 가지런히 정돈된다. 그때그때 경기와 증시 전망에 따른 인기주와 관계없이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걸형' 업종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걸형 업종이란 식료품 에너지 제약 등과 같은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업종을 말한다.
앞으로 이들 업종이 더 유망해 보이는 것은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즉 BOP(base of the economic pyramid) 관련 업종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BOP 계층은 세계 인구의 72%인 40억명에 이르며,시장 규모도 5조달러에 달하는 거대시장에 해당한다. BOP 계층은 중간소득 계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넥스트 볼륨 존''넥스트 마켓'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위기 후 산업이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