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경 삼성증권 고객자산운용담당 상무(49 · 사진)는 지난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자문형 랩 열풍의 주역 가운데 하나다. 삼성증권에서 판매하는 랩의 자문을 담당할 투자자문사 선정에서부터 고객자산 운용전략 등 자문형 랩 상품과 관련한 실무를 총괄지휘했다. 주식시장을 비롯한 재테크 상품의 흐름에 대해 누구보다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이 상무가 '자문사 따라하기'를 자제하라고 조언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달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시가총액 상위 소수 종목에 압축투자하는 투자자문사들의 기존 투자전략을 따라해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100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총생산(GDP)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선 점을 들었다. 그는 "각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주는 그 나라 경제의 큰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해외 사례를 봐도 시총과 GDP가 비슷한 수준이 되면 대형주는 상승 여력이 줄고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작년에는 대형주를 사서 그냥 보유하고 있으면 이익이 났지만 올해는 주식을 사고파는 타이밍이 아주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올해는 중소형주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이 상무는 "보통 대형주의 상승세가 일단락되고 나면 중소형주가 바통을 이어받아 주가가 뛰는 경향이 있다"며 "요즘처럼 주가가 바닥권에 있을 때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1월 말 시작된 증시 조정이 이달 중순까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수요가 늘어 유가가 오르면 경제주체들이 준비할 겨를이 있지만 리비아 사태처럼 공급 측면의 충격에 의해 유가가 급등하면 대응할 틈이 없다"며 "최근과 같은 유가 상승은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나서 이번 유가 급등은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산관리 전략과 관련,이 상무는 "전체 금융자산의 60%가량은 주식에 투자하고,30%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넣고,나머지 10%는 원자재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지금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 주식 매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선 여전히 주식이 가장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식투자 금액의 30%가량은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ELS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최근 주가가 단기 급락한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연 9~11%가량 수익을 내고 있어 아주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