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는 공급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도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급 측 교란 요인을 제외한 물가지수인 근원물가가 급등했다.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던 개인 서비스와 공업제품의 가격 상승폭이 커졌다.

◆근원물가 3%대 상승

지난달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해 2009년 8월(3.1%) 이후 처음으로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가격 변동성이 높은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계산한 물가지수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전년 동월 대비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내내 2%를 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도 2.6%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농축수산물에 비해 안정돼 있던 개인 서비스와 공업제품 가격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개인 서비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0% 올라 2009년 4월(3.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개인 서비스 요금 상승은 소득 증가 등 수요 측면의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다른 물가가 오르니 우리도 가격을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공업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지난해 1월(5.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 · 월세 상승세도 지속돼 1년 전에 비해 전세는 3.1%,월세는 1.9% 각각 상승했다.

전세는 2004년 2월(3.3%) 이후,월세는 2009년 1월(1.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밖에 주택설비수리(4.8%),침구 · 직물(6.2%),문방구(5.5%) 등 뚜렷한 인상 요인을 찾기 힘든 품목의 가격까지 급등해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 고공행진 지속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물가 불안도 계속됐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7.7% 상승했다. 한파와 폭설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구제역으로 대규모 살처분이 진행되면서 축산물 공급이 급감한 탓이다. 품목별로는 배추 가격 상승률이 94.6%로 1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파(89.7%) 마늘(78.1%) 고등어(44.6%)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석유류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12.8% 올랐다. 1년 전에 비해 휘발유는 11.1%,경유는 14.6%,등유는 19.3% 각각 상승했다. 양동희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3월에도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가 상당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학기를 맞아 교육비 상승이 예상되고 외식 업종을 비롯한 개인서비스 부문의 가격 인상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