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남 대신증권 신임 리서치센터장(43 · 사진)은 "올해 한국 증시는 외국인 자금이 아니라 국내 투자자의 힘을 바탕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강세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에 따라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리며 2004년 하반기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상승장이 재현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주도주는 수출주→중국주→금융 · 건설주 순서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조 센터장은 KAIST에서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00년 증권업계에 입문했다. 화학업종 애널리스트에서 2002년 '수치'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계량분석가로 변신한 뒤 투자전략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한국경제매거진 베스트애널리스트 계량과 투자전략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이번에 리서치센터장(상무)으로 승진했다.

◆유동성 장세에서 '모멘텀' 장세로

조 센터장은 "증시 유동성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들어 많은 투자전략가들이 '상고하저' 증시를 예상하는 큰 이유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국채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가 오는 6월에 끝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끈 선진국 유동성의 힘이 약해져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그는 이에 대해 "유동성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외국인들의 상당수가 '돈이 넘쳐서' 한국 증시를 사는 게 아니라 '경기가 좋아지니까' 투자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 강도는 약해질 수 있지만 한국 선호도는 여전할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1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내달부터는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1월 경기선행지수는 13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반등하는 데 성공했고 경제성장률이나 기업이익 증가세 역시 1분기를 저점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경기 상승은 결국 국내 자금의 증시 유입으로 이어진다는 관측이다. 조 센터장은 "경기 회복에 따라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그에 맞춰 상승하게 된다"며 "현재 연 3%대 후반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 초반으로 오르고 물가 상승률은 3% 정도로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질금리 1%대가 유지되면 기업들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어 재무구조가 안정되는 한편 은행 예금과 채권 투자의 기대수익은 낮아져 위험자산인 주식 선호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2004년 하반기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올릴 때 나타났던 국내 자금의 증시 유입에 따른 코스피지수 상승이 재현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반기에는 은행 · 건설 · 증권주 주목

조 센터장은 내달까지는 선진국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주도주를 유지한 뒤 5월께부터 조선 · 기계 · 철강 · 화학 등 중국 관련주가 다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IT는 하이닉스와 LG전자,기계업종에선 두산인프라코어를 유망주로 제시했다.

그는 "중국이 바오바(保八 · 연 8% 경제성장)를 포기할 정도로 물가 잡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작년 물가 상승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2분기부터는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따라 대출 억제 완화나 신규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반기에는 금융(은행,증권) · 건설 · 종합상사 등 '트로이카주'가 주도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트로이카주는 1980년대 이후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대표주들로 특히 경기 회복기에 강한 탄력으로 함께 오르는 경향이 높아 이 같은 별칭이 붙었다. 조 센터장은 "작년 12월 금융주와 건설주가 반짝 올랐던 것은 금리 상승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며 "국내 경기 회복에 따라 금리가 오르면 '트로이카주'들이 주도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강현우/사진=허문찬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