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구회사는 어디일까. 3인용 소파 한 세트를 300유로(47만원)에 파는 실속형 가구업체 이케아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인해 세계 가구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난해 이케아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 이케아 매출은 전년에 비해 7.7% 증가한 231억유로(36조원),순이익은 6.1% 늘어난 27억유로(4조2200억원)였다. 이케아는 지난해 재정위기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유럽에서도 변함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유럽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PIGS' 국가 중 하나인 스페인에서도 매출이 8.2% 늘었을 정도다.

이케아는 세계 37개국에서 약 3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4억5000만여명이 이 회사 제품을 산다. 1억6000만여부가 배포된 이 회사의 카탈로그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라는 얘기도 있다. 최근 한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국내 가구업계까지 긴장시키고 있는 세계 최대 가구유통업체 이케아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통념을 깨는 가구 매장

이케아의 성공비결로 꼽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존 가구매장의 통념을 깨는 판매 전략과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색상과 모양으로 자신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개념의 적용이다. 이케아 제품 구매자들은 다른 회사의 제품을 샀을 때와는 달리 다소 불편함을 느낀다. 배달부터 안 된다. 고객은 구입한 가구를 직접 집으로 가져가 조립하고 설치해야 한다.

고객의 불편함은 낮은 가격과 스스로 자극받는 상상력으로 보상받는다. 이케아 매장 입구에 있는 인테리어 모델하우스는 이케아 제품으로만 꾸며져 있다. 방문객은 의자 탁자 소파 침대 등이 놓여 있는 공간을 다니며 집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힌트를 얻은 뒤,수많은 제품이 전시된 매장 안을 다니며 머릿속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디자인한다. 이케아 측은 "공간에 대한 소비자의 상상력은 자극하지만 판매사원이 없어 고객의 상상력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며 "이게 디자인 민주주의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형식 파괴는 일종의 '전통'이다.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85)가 1943년 스웨덴에서 시계 스타킹 넥타이 양말 등을 파는 1인 우편판매 업체를 설립하면서 출발한 이케아는 1948년부터 가구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정부의 주택 100만호 건설 사업에 힘입어 우편판매 가구업체들도 호황을 맞았지만,소비자들이 상품을 직접 볼 수 없는 우편판매의 단점이 부각되자 캄프라드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전시장에 자사 상품을 진열한 뒤 소비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보고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영업 방식을 도입,회사를 급성장시켰다.

◆무료 음료 서비스로 고객 체재 시간 늘려

소비자들은 이케아 가구의 세 가지 특징으로 저렴한 가격,좋은 품질,양질의 디자인을 꼽는다. 세계 55개 국가의 1300여개 업체와 협력하는 이케아는 제품 중 약 48%를 신흥국에서 조달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춘다. 캄프라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3000유로짜리 책상이 아니라 기능적이고 멋있으면서도 200유로에 팔 수 있는 책상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케아 제품은 경쟁 업체에 비해 평균 30% 이상 싸다. 이케아는 매장마다 내구성 실험장치를 둘 만큼 품질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투명한 아크릴 상자 안에 의자 등의 제품을 넣어 두고 기계로 마치 사람이 앉는 것처럼 압력을 가해 사용 횟수가 늘어도 제품의 품질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저히 계산된 매장구조도 비결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최근 이케아 매장이 미로처럼 디자인돼 있어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다른 가구 매장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이 바람에 결국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케아는 고객들을 매장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해 매장 내 레스토랑에서 음료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간단한 요리까지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데일리메일은 "조사 결과 방문객들은 평균 3시간 이상을 매장에서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세금 줄이려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겨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이케아의 성공비결에 대해 △비용 절감 △절세 전략 △가족 소유 기업 등을 꼽았다. 이케아가 강조하는 경영 덕목은 절약이다. 실제로 2006년 포브스 조사 결과 당시 28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해 빌 게이츠,워런 버핏,카를로스 슬림에 이어 세계 갑부 순위 4위에 오른 캄프라드 창업주는 이케아 매장에서 장만한 의자를 32년째 쓰고 있다. 그는 노인 우대 카드로 열차를 타는 자린고비로 유명하다. 미카엘 올슨 이케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우리 디자이너들은 제품 포장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 3인용 소파 제품의 가격을 약 15%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파는 제품 가격은 원가 60%,세금 20%,이익 20%로 구성된다. 절세 전략도 유명하다. 스웨덴에서 출발한 이케아는 세금 혜택이 많은 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겼다.

이케아는 다른 글로벌 업체와는 달리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고 중요 의사결정도 창업자 일가를 중심으로 내리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순이익,자산을 공개했을 정도다. 올슨 CEO는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맞출 필요가 없이 장기적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이케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