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늘어나는 커피전문점…맛보다 근접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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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비즈니스로 소비자 읽기
혹시 오늘 아침도 커피 한잔으로 시작하셨습니까. 어떤 커피를 드셨나요. 출근길에 유명브랜드 커피전문점에 들러 한잔 사온 경우도 있을 테고,회사에 와서 편하게 믹스커피를 한잔 즐길 수도 있겠죠.커피가 매우 일상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세계적으로 매년 6000억잔 이상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석유 다음으로 교역규모가 큰 시장이 됐죠.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커피와 관련된 눈에 띄는 변화들이 생겨났습니다. 커피전문점들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죠.이 커피전문점의 증가와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을 갖고 시작해 보겠습니다.
#예상 뛰어넘은 커피전문점 증가율
한국에서의 커피시장,그 중에서도 일반 캔커피 시장 규모는 2007년 2260억원에서 2009년 2850억원으로 26%가량 급성장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커피전문점의 성장세는 더 커졌습니다. 주요 커피전문점 5개 회사 매출이 2007년 2600억원 규모에서 2009년 4500억원으로 73% 증가한 것입니다. 이런 통계자료를 보면 커피시장의 성장세를 이끄는 역할은 커피전문점의 커피로 넘어갔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커피전문점의 폭발적인 성장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는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2006년 커피전문점이 600개 정도일 때 포화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러던 것이 2008년에는 1200개 정도로 예상 포화상태보다 두 배나 늘었습니다. 2010년 상반기에는 1300개를 훌쩍 넘겼습니다.
얼마 전 한 언론에서 보도된 자료를 보면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2010년 11월 현재 2000여개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이 정도가 되면 커피시장에 대한 예측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증가세 이면에 있는 소비자들의 욕망을 설명하는 일입니다. 소비자들은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커피전문점의 커피를 찾는 것일까요.
#커피전문점을 찾는 엉뚱한 이유
마케팅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트렌드 모니터에서는 '소비자들이 왜 커피전문점을 찾는가'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갖고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커피전문점의 커피값이 싸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전문점 커피가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커피전문점의 커피가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할까요.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절반가량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좋은 이미지의 커피전문점을 찾아다닐까요. 조사결과는 좀 엉뚱하게 나타났습니다.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이유가 '커피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거리가 가까워서'라는 것입니다. 이 결과로만 보면 소비자들은 꼭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브랜드만 고집하지 않고,특정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밤에 커피를 더 마신다는데
그렇다고 해도 커피는 기본적으로 음식인데 맛이 아닌 매장의 근접성이 가장 큰 선택 이유가 된다는 것이 좀 특이해서 추가 조사를 해봤습니다. '믹스커피' '캔 · 컵커피' '커피전문점 커피'로 단순화해 주로 음용하는 시간대를 확인해봤습니다. 커피는 카페인이 많은 음료이기 때문에 신경이 민감한 사람들은 오후 시간대에 커피 마시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조사 결과 믹스커피와 캔 · 컵커피의 경우 저녁 6시부터 밤 9시 사이의 음용비율이 30%대로 다른 시간대에 비해 비교적 낮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커피전문점 이용은 조금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10명 중 6명이 저녁시간대에 커피를 음용하고 있었습니다.
커피의 물리적 특성은 동일함에도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커피전문점의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주로 매장 내라는 것으로 미뤄볼 때 커피 자체의 특성보다는 공간적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소비자들은 커피 자체를 마시러 가기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원하기 때문에 커피전문점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정은 커피 형태별 음용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보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믹스커피나 캔 · 컵커피의 경우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처럼 식사 후 디저트나 졸음이 올 때 주로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커피전문점의 커피는 매우 다른 특성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친구,손님 등 누군가와 대화할 때 주로 마신다는 비율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실제로 커피전문점을 방문할 때 혼자 이용하는 비율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이용하는 비율이 88.9%라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상황에서 커피전문점에 자주 간다는 것이고,이런 소통에 대한 욕구가 커피전문점이 급증하는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커피 비즈니스가 주는 시사점
커피 비즈니스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비용이 제한돼 있는 경우 커피보다는 공간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커피시장이 대중화돼가면서 고급 커피에 대한 수요가 당연히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고급스러워지는 기호에 맞춰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투자비용이 제한돼 있다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고급 커피 제품에 투자할 것이냐,인테리어나 시설 등 공간적인 부분에 투자할 것이냐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공간적인 요소에 좀 더 투자하고 싶습니다. 좀 더 편안한 의자,아늑한 조명,이야기하기 좋은 음악 등에 신경을 쓰는 것이죠.이는 커피를 매개체로 한 사회적 소통의 공간,현재 소비자 욕구에 부합하는 커피전문점의 컨셉트에 맞게 운영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동반자를 고려한 메뉴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커피전문점을 방문할 때 누군가와 동반한다는 데이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반자를 배려한 메뉴를 갖추는 것이 그 매장의 차별성이 될 것이며,고객 입장에서의 욕구가 잘 부합되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 두 잔을 주문하면 조각케이크나 간단한 먹을거리를 추가로 준다거나,가장 큰 사이즈 한 잔을 작은 두 잔에 나눠 주는 등의 서비스를 개발하면 어떨까요.
이 밖에도 다양하고 재밌는 아이디어 개발이 수없이 생겨나는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일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움직이는 거대한 흐름을 파악하고,그 틀 안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