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률 우리투자증권 HNW그룹장(49 · 사진)은 고액 자산가들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프라이빗뱅킹(PB) 분야 전문가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스탠다드차타드 홍콩지점 한국데스크 등을 거쳐 2009년부터 우리투자증권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초우량(HNW · High-Net-Worth) 고객을 상대하는 PB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14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프리미어블루' PB센터에서 만난 이 그룹장은 "중동 사태 등 외부변수 때문에 주식시장에 대한 부자들의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는데 일본 대지진 여파로 불안감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지금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불안해하는 자산가들

이 그룹장은 "주가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급락은 없겠지만,지루하게 등락을 거듭하는 양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고객이 10명 중 4명은 된다"고 전했다. 증시가 2009년 이후 2년여를 제대로 된 조정 없이 달려온 만큼 이번 조정은 상대적으로 길어질 것이란 '감(感)'에서 오는 판단이다. 때문에 자산가들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은행예금 · 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이 그룹장은 "고객에게 전체 자산의 50%를 예금 · 채권으로,30%는 주식 직간접투자,나머지는 대체투자 상품(실물자산 펀드 등)과 현금 각각 10%로 구성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일각에선 한국 산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외부변수가 너무 많아 반등을 논할 시점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맞벌이 부부는 주식비중 높여야

PB고객은 50대 중반 이상 중 · 장년층이 전체의 70%에 달한다고 이 그룹장은 전했다. 이들은 재산을 불리기보다 벌어놓은 재산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는 "증시 전망을 떠나 '개미'투자자들이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그룹장은 한창 재산을 불려야 할 30대 후반~40대 초반 맞벌이 부부라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주식투자 비중을 부자들보다 더 높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해당 나이대 맞벌이 부부라면 세후로 1억원 넘게 버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주식 비중을 50%로 높이고 예금 · 채권은 30%대로 낮추는 대신 대체투자와 현금비중은 각각 10%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목표수익률을 연 10~20%로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며 자문형 랩어카운트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