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프란시스·웨민준…봄화단 수놓는 외국 거장들
서울 서초동에 있는 660㎡ 규모의 더 페이지갤러리 전시장.물감을 흘리고 뿌리고 튀긴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화면마다 그로테스크한 물감 방울과 중첩된 색채들이 현란하다.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샘 프란시스(1923~1994)의 작품들이다. 말기암으로 오른 팔 기능을 상실한 뒤 붓을 손에 고정시키고 온몸으로 작업하는 그의 수작들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프란시스를 비롯해 인물사진의 대가 카쉬(캐나다),웨민준 · 쩡판즈 · 장샤오강(중국),베르나르 브네(프랑스),시실리 브라운(영국),카를로스 아모랄레스(멕시코) 등 국제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봄 화단을 수놓고 있다.

◆샘 프란시스부터 웨민준까지

웨민준과 쩡판즈 장샤오강 왕광이 양샤오빈 펑정지 등 중국 현대미술 작가 16명의 작품 60여점은 63스카이아트 미술관에 걸렸다. 7월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는 '사람(人)''사회변화(華)''전통(古)'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나눠 분야별 대표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몄다.

캐나다 인물 사진 작가 유섭 카쉬(1908~2002)의 작품도 대거 한국을 찾는다. 오는 26일부터 5월2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카쉬'전을 통해서다. '인물''손''풍경' 등 세 가지 테마의 전시에는 오드리 헵번,윈스턴 처칠,알베르트 아인슈타인,파블로 피카소 등 20세기 유명 인사들의 생생한 표정을 잡아낸 작품 120여점이 소개된다. 수학기호를 소재로 한 베르나르 브네의 회화 작품은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멕시코 인기 작가 카를로스 아모랄레스의 작품은 5월21일까지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각각 만날 수 있다.

상업화랑들의 해외 작가 작품전도 줄을 잇고 있다. 예화랑은 올봄 첫 전시로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르네 마그리트 작품전을 기획했다. 또 PKM갤러리는 리처드 프린스,루이스 부르주아,트레이시 에민,폴 매카시,댄 그래햄,마틴 크리드 등의 작품전에 이어 영국 개념미술가 케이티 패터슨 초대전을 준비 중이다. 국제갤러리는 영국 추상화가 시실리 브라운의 개인전을 5월 중순께 연다.

◆미술시장 회복 기대

이같은 해외 작가들의 유치 붐은 미술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국내 화랑,미술관들은 글로벌화가 대세이므로 외국 유명 화랑들의 국내 지점 개설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독일의 마이클슐츠 화랑과 프랑스 다국적 화랑 체인 오페라갤러리가 서울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 화랑 또는 유명 작가 재단 측과 교류를 갖고 국제전 경험을 키워나가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 미술계의 역량이 커진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 작가전을 유치하려 해도 쉽지 않았지만 최근엔 전시회 개최를 타진하기가 무섭게 작품을 내줄 만큼 상황이 변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국내 작가에 식상한 컬렉터들의 취향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