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검절약으로 유명한 독일인들로부터 50년 넘게 사랑받는 대형마트가 있다. 독일 국민의 89%는 이 매장에서 한번쯤은 물건을 사봤다는 통계도 있다. 초저가 할인점 체인 운영업체인 알디(ALDI) 얘기다. 알디에서는 기존 대형마트보다 물건을 15%에서 3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지난해 알디는 전 세계 8000개가 넘는 매장에서 총 73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1948년 설립 이후 매년 평균 8%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이익이 적으리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저가 할인 체인점이지만 알디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9%로 전 세계 대형마트 업계 중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알디는 1976년 대형마트의 원조인 미국에 진출해 약 2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알디는 미국 시장에서 향후 5년간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월마트에 밀려난 지역 소매점들을 인수하는 등 월마트와의 정면승부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칼 알브레히트 회장은 225억달러의 재산을 보유,2011년 포브스 선정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12위에 올랐다.

◆자체브랜드(PB)로 저가 승부

알디의 영업전략은 '좋은 물건을 무조건 싸게 판다'로 요약된다. 알브레히트 회장은 "저렴한 가격이 알디의 광고"라고 말했다. 호밀빵 한 덩이가 1유로(약 1520원)이고 소고기 1파운드(453g)는 1.79유로(약 2720원)다.

설립 이후 변하지 않는 이 회사의 원칙 중 하나가 이 같은 저가 전략이다. 어머니의 작은 '구멍가게'를 물려받은 창업주 카를과 테오 알브레히트 형제는 저렴한 가격과 단순한 인테리어,봉지와 전단만을 이용한 광고 등 짠돌이 경영으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알디라는 이름은 알브레히트(ALbrecht)와 디스카운트(Discount)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1961년 매출 공개의 법적 상한선을 넘지 않기 위해 형제는 기업을 루르 지방을 경계로 북부그룹(테오 알브레히트)과 남부그룹(카를 알브레히트)으로 분리했다. 지금도 알디는 유한회사 형태로,실질적으로는 가족 소유다. 외국도 마찬가지로 벨기에,덴마크,프랑스,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페인은 북부그룹이 관리한다. 호주,영국,아일랜드,오스트리아,미국의 상점은 남부그룹 소유다.

알디에서 저가 판매가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주로 PB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PB의 비중이 98%에 달한다. 매장에서는 코카콜라나 하이네켄 같은 유명 브랜드는 찾을 수 없다. 같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상표와 포장 단위가 다른 PB 상품을 판매한다. 경쟁 매장에서 초콜릿 와플을 8개 단위로 판매할 때 알디는 10개 단위로 팔면서 무게당 가격을 낮게 정하는 방식이다.

가격이 싼 편이지만 품질도 좋다. 알디가 독일인의 '국민마트'가 된 것도 품질 덕분이다. 독일 정부가 매달 발행하는 제품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알디의 PB제품은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P&G나 유니레버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디는 보고서가 나온 뒤 품질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은 곧바로 매장에서 철수시킨다.

또 상품에 작은 의심만 생겨도 불시에 공급처를 방문해 경위를 파악할 정도로 까다로운 납품관리를 한다. 알디는 '불만족 시 100% 환불정책'으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인테리어 없고,상품 종류는 최소화

알디 매장엔 상품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 않다. 재고관리를 쉽게 하고 상품회전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품 종류를 최소한으로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알디가 취급하는 상품은 매장당 최소 700개에서 최대 1500개에 불과하다. 경쟁업체라고 볼 수 있는 월마트가 취급하는 상품은 12만개 이상이고,일반적인 대형마트도 3만여개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안 팔리는 상품을 과감히 빼고 품목당 가장 잘 팔리는 특정 제품만 갖다 놓는 식이다. 상품당 영업이익률을 다른 업체보다 낮게 책정해도 이익을 많이 내는 이유다.

알디는 또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해 현금만 받는다. 또 포장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식으로 경비를 크게 줄였다. 특히 알디는 현금계산을 한 만큼 마일리지를 쌓아주고,그만큼을 그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과거에 쌓인 마일리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다른 매장과 차별화되는 방식이다.

점포 자체와 직원 운영방식도 비용절감에 맞춰 설계됐다. 점포 1개당 650~900㎡로 면적을 최대한 줄였다. 직원도 최소 인원만 뽑는데다 광고도 하지 않는다. 점포별로 직원 수는 5명 정도로 제한된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전 직원이 수납과 매장 청소 등 모든 업무를 하도록 한다. 알디는 노조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건은 배달 온 상자 그대로 진열돼 있다. 직원은 상품이 담긴 상자를 뜯는 일까지만 하고 상자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은 소비자가 한다. 또 우아한 상품진열대 같은 것 없이 단지 나무 궤짝에 물건 상자를 놓는다. 인테리어를 위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매장에 바코드 스캔방식이 도입된 2000년 이전에는 일손을 줄이기 위해 상품 하나하나에 가격표를 붙이지도 않았다. 대신 점원이 모든 상품 가격을 외워 계산기를 두드렸다. 초기에는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상품을 되도록 배제하기 위해 냉장 · 냉동식품을 취급하지 않았지만,2004년 이후엔 포장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다소 지나친 비용절감책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직원 수가 적다 보니 초과 근무가 빈번해 직원들은 불만도 제기한다. 또 알디의 확장에 소규모 소매점들의 설 자리가 줄고 낙농업자들이 우유 가격 급락으로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비판도 받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