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부했던 한국이 브라우저(인터넷 서핑 프로그램)에서는 갈라파고스인가.

브라우저 새 버전이 잇달아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으나,한국은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의존도가 90%를 웃돌고 나온 지 10년 된 IE6 사용자가 25%나 돼 '브라우저 갈라파고스'란 지적을 받는다. 갈라파고스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에콰도르 섬으로 외톨이를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5일 IE9 정식 버전을 내놓았다. IE9은 IE8보다 12배 빠르고 악성 소프트웨어 차단율이 99%나 되며 HTML5 등 차세대 웹 표준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이에 앞서 모질라 재단은 지난 7일 파이어폭스4 후보 버전(RC)을 내놓았고 구글은 8일 크롬10 정식 버전을 론칭했다. 상위 3개 브라우저가 비슷한 시기에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음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게 됐다.

시장조사기업 넷애플리케이션즈에 따르면 세계 브라우저 시장 2월 점유율은 IE 56.8%,파이어폭스 21.8%,크롬 10.9% 순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네이버 사이트 접속자 기준으로 IE 점유율이 90%를 웃돈다. 웹만 따지면 90%를 훌쩍 넘고 모바일을 포함하면 90%를 약간 밑돈다. 크롬과 파이어폭스 점유율은 각각 2% 안팎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에 비해 'IE 편식'이 심하다.

더구나 2001년에 나온 IE6 사용률이 24.8%로 중국(34.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국의 IE6 사용률 24.8%는 세계 평균 12.0%의 2배가 넘는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집계로는 IE6 사용률이 40%를 웃돈다. 이석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은 "윈도XP PC가 보급된 기업이나 정부기관 등지에서 IE6를 많이 쓴다"고 말했다. 국내에 보급된 PC 중 윈도XP PC의 비중은 70%나 된다.

IE6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0년 전에 내놓은 낡은 브라우저로,해킹에 취약해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적도 있다. 스페셜팩3(SP3)가 깔린 PC의 경우엔 IE6에 대해서도 2014년까지 보안을 지원하나 SP2가 깔린 PC에 대해서는 보안을 지원하지 않는다. 윈도XP PC에서 IE6 보안 지원을 받으려면 SP3를 깔아야 하는데 대부분 SP2가 깔린 상태로 쓰고 있다.

IE6는 최신 인터넷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워 웹 발전을 저해하고 개발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개발자들은 웹사이트나 콘텐츠를 개발할 때 IE6에서도 돌아가도록 가욋일을 해야 한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브라우저 IE6 폐기를 촉구하기 위해 최근 IE6 카운트다운 사이트(www.theie6countdown.com)를 개설했고 'IE6 보거든 바로 사살하라'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한국이 유난히 IE 의존도와 IE6 사용률이 높은 것은 윈도XP와 IE6에 최적화된 사이트가 많고 기업에서 사용하는 그룹웨어도 IE6에 최적화돼 있어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하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네이버 다음 등과 공동으로 IE 업그레이드 캠페인을 벌였다. 올해는 좀 더 적극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유도할 예정이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해 "브라우저 갈라파고스란 표현이 적절하다"며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