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내년부터 감기 당뇨병 고혈압 등 경증 · 만성질환자가 대형병원을 이용하면 환자 본인부담금이 대폭 늘어난다. 대신 동네의원을 활용하면 지금보다 적은 부담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기본계획'을 17일 발표했다.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과 동네의원 침체 등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올 상반기 중 의료기관 종별 표준 업무를 고시해 의원은 외래환자 진료,병원(30병상 이상) 및 종합병원(100병상 이상)은 입원환자 진료,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은 중증 · 희귀 · 난치성 질환 치료 중심으로 기능을 분담하도록 재조정하기로 했다.

만성질환 및 노인 환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희망하는 의원을 '선택의원'으로 지정해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일종의 주치의인 셈이다. 중소병원은 전문 · 특화병원,지역거점병원 등으로 차별화를 유도한다. 심장병 · 화상치료,수지접합수술 등 난도가 높고 진료수익이 낮은 분야의 전문병원을 올 하반기에 정식 지정할 계획이다. 의료취약 지역에 위치한 병원은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해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토록 할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진료에 중점을 두면서 희귀 · 난치성 질환 치료법 개발 등에 나서는 연구중심병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원의 외래진료 수가와 병원의 입원치료 수가는 올리되 의원의 입원치료 수가와 병원의 외래진료 수가는 내리기로 했다. 대형병원의 중환자실,응급실 등의 진료수가를 높여 중증 질환자의 진료환경 개선에 투자키로 했다.

또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외래진료 이용 문턱을 높이기 위해 감기 등 50개 다빈도 경증질환을 선정해 이들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을 경우 환자 본인부담률(약제비 포함)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반대로 선택의원을 이용하면 본인부담률 인하 또는 정액할인 등의 혜택을 줄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방침대로 의료체계가 개편될 경우 의원의 외래진료 수가 상승으로 국민부담이 증가하고 건강보험 재정적자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이나 중소병원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비를 높일 경우 경제력이 약한 사람들의 치료비 부담만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