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기로 결심한 시니어들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을 할까'이다. 시니어 창업자들이 아이템을 고를 때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외식업을 제외하는 게 좋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데다 차별화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남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틈새 업종을 찾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게 좋다. 틈새 업종은 시간을 들인 만큼 수익으로 보답해준다. 고시텔인 '소호리빙텔'을 운영하는 박주성 씨(59)는 치밀한 아이템 고르기로 단기간에 성공 반열에 올랐다.

◆6개월 걸려 아이템 선정

박씨는 여느 샐러리맨처럼 2004년 퇴직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재취업이 불가능해 보여 자영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틈만 나면 아내와 '인생 2막'을 어떻게 꾸려 갈까를 놓고 상의했다.

일단 외식업은 후보 목록에서 제외했다. 아내의 성격이 서비스업에는 부적합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외식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내가 주방을 맡아줘야 하는데,성격이 내성적이고 전업주부로 한평생을 살아온 아내는 그게 힘겨워 보였다. "음식점과 주점 치킨호프점 등은 아내 없이 가게를 꾸려가기가 힘든 업종입니다. 식구들 없이 종업원만 쓰면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기 십상이지요. "

그 다음 아내가 넌지시 권유한 업종은 베이커리점.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장사가 잘되는 점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업종이다. 집 근처 유명 베이커리점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우선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게 단점이었다. 박씨는 내심 창업비용으로 2억원 이상은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대출을 전혀 받지 않고 퇴직금과 예금만으로 창업할 생각이었다. "베이커리점은 주택가에 자리잡아도 최소한 3억원 이상 투자비가 든다는 걸 알고는 포기했습니다. 아침 손님을 겨냥,일찍 문을 열어 저녁 늦게까지 영업하면 둘 다 녹초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업종을 고르기로 했지요. "

마지막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을 몇 가지 골라봤다. 당구장 숙박업 고시텔 등이 후보군이었다. 인터넷을 뒤진 끝에 고시텔이 괜찮다는 판단이 들었다. 30년 가까이 화이트칼라 생활을 한 사람에게 당구장과 숙박업은 좋은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았다. 입실자들의 성향만 거칠지 않다면 고시텔이 가장 무난한 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었다. 체력소모가 덜한 것도 매력이었다. 업종 선택의 결론을 내리는 데 무려 6개월이나 걸렸다.

◆가게 자리를 찾는 데만 3개월

입지를 물색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이런 정보들을 실질적인 창업 자료로 삼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했다. 현장 사진들을 육안으로 확인키로 했다.

대상지역은 서울의 신촌,홍대앞,종로,서대문 일대로 국한했다. 서울 증산동 자택에서 차로 30분 안에 닿을 수 있는 지역에 있어야 고시텔 관리를 꼼꼼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촌 유흥가에 있는 한 고시텔에 들어가 입실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관찰한 적이 있었죠.서울에 출장와서 딱 1주일만 머물겠다고 핑계를 대고 유심히 봤더니 수익성은 좋은데 입실자들의 성향이 엉망이에요. 상권이 좋다고 해서 고시텔을 덜렁 임대하면 입실자 관리가 안돼 두고두고 후회합니다. "

이렇게 현장을 답사해 나간 지 3개월이 지난 무렵,서대문로터리 인근 고시텔이 눈에 띄었다. "고시텔 주변에 강북삼성병원,적십자병원,정일학원,농협 본부 등 대량 수요처가 즐비한 곳이죠.건물 소유주가 공공재단이어서 계약할 때도 믿음이 가더라고요. 보증금으로 6000만원을 냈고,당시만 해도 새 건물이라 내부 시설비도 별로 안 들었습니다. 원래 예상한 창업비용을 절반도 안 들인 셈이죠."

박씨는 현재 건물 4층과 옥상에 방 45개를 만들어 방 크기별로 월 28만~55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입실자들은 대부분 인근 병원과 기업체 직원들이다. 덕분에 연체하거나 '사고'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업장 관리에 큰 힘도 들지 않는다. 그는 오전 10시에 나와 오후 6시까지 고시텔 관리실을 지킨다. 나머지 시간은 총무에게 맡긴다.

"내 사업을 시작하기 전 2억원을 투자해 400만원만 벌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지금 그 목표 이상을 가져가니 만족할 수밖에요. 시니어 창업자들은 정말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면 몸도,마음도 다 망가지기 쉽습니다. "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