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스크포스(TF) 결과는 안 내놓으면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성의 표시' 발언이 전해진 24일 오전,기자의 전화를 받은 한 정유회사 직원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 장관은 지난 23일 한 행사에서 "영업이익이 나는 정유사들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이나 제당업계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유업계를 압박했다.

지경부는 올초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뒤 TF를 만들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발표 시한으로 예고했던 지난달 말을 넘기고,이달 중순으로 알려졌던 2차 시한마저 그냥 지나갔다. 최 장관은 "정유사들이 원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결과가 늦어지는 이유를 업계 탓으로 돌렸다. 지난달엔 자신이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임을 내세우며 "직접 원가 계산을 해보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유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두 달 가까이 온갖 자료를 다 가져가 놓고선 이제 와서 '성의 표시'로라도 기름값을 내리라는 주문에 "황당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의도대로 TF 결과가 나오지 않아 최 장관이 다급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TF에 참여한 교수들과 정부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정부가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한 국제 제품가와 국내 기름값의 비대칭성에 대해 학계에선 "기간과 시차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은 터다.

정부에서 고려하고 있다는 대안도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공급자 역할을 할 정유사가 4곳에 불과한 상황에서 선물거래소 개장은 비현실적인 데다,생산량이 국내 수요의 두 배에 이르는 현실에서 해외 수입사를 끌어들여 경쟁시키는 것도 국가경제 전체로 봐선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분야의 한 학자는 "시장가격은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자가폴 주유소에 대한 지원 강화와 같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게 맞다"고 충고했다. 최 장관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대 · 중소기업 간 초과이익공유제가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비판해 왔지만,이번엔 그의 발언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조재희 산업부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