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경제심리가 급랭하고 있다. 구제역 전세난 등 국내 불안요인이 만만찮은 가운데 일본 대지진,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정정불안이란 대형 악재가 겹치자 향후 경기가 꺾일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비심리가 나빠지면 지출 감소→소비 침체→생산 위축→경기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기 나빠 수입 줄어들 것"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기준선(100)아래로 하락한 것보다 더 걱정스런 대목은 하락폭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이번달 하락폭은 7포인트로 2008년 10월(8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2008년10월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이달에도 국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6개월 전에 비해 현재 생활이 어떤지를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 지수 역시 89에서 82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70대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위기의식은 당시와 버금가는 정도로 풀이된다. 앞으로 6개월 후 생활이 어떠할지에 대한 심리인 생활형편전망 지수의 하락폭은 더 크다. 96에서 87로 추락해 향후 형편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소비자들은 답했다.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82에서 64로 곤두박질쳤다. 향후경기전망 지수도 94에서 75로 급락했다. 가계수입전망 지수 역시 100에서 95로 떨어져 수입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소비지출전망 지수는 109를 나타내 기준선을 웃돌고 있지만 2월에 비해 3포인트 하락해 향후 지출을 줄일 것으로 예견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일본 대지진 직후인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진행돼 소비자 심리 위축 폭이 컸다"고 말했다.


◆주식가치전망 지수 2년만에 최저치

현재가계저축 지수가 94에서 88로 떨어졌다. 6개월 전에 비해 저축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저축전망 지수 역시 97에서 92로 하락해 6개월 후에도 저축을 늘리기 힘들다는 답변이 많았다. 반면 현재가계부채 지수는 105에서 109로 높아져 부채가 늘었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가계부채전망 지수도 103에서 106으로 상승해 6개월 후엔 현재보다 부채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들은 자산 중 주식가치가 가장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가치전망 지수는 102에서 95로 떨어져 2009년 3월(78)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은 일본 대재앙 직후 주가가 크게 출렁거리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가치 지수는 아직까지 기준선을 웃돌고는 있지만 하락 전망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주택 · 상가가치전망 지수는 111에서 108,토지 · 임야가치전망 지수는 108에서 105로 각각 떨어졌다. 금융저축가치전망 지수도 104에서 100으로 미끄러졌다.

◆한은 금리 인상 딜레마

3월 소비자동향조사는 '소비자들이 경기는 꺾이고 물가는 뛸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경기와 물가를 반대방향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통화정책을 펴는 데 큰 애로사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를 방지하자면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하지만,물가불안을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소비자의 생각과 실제 경제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한국경제가 6% 넘게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4.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당초 전망치인 3.5%보다 높아질 수 있지만 경기가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