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아기 안고 1km를 기어간 '모성' 뒤에 숨겨진 '비밀'
병든 딸을 안은채 무릎을 꿇고 1km를 4시간 동안 기어간 어머니의 사연으로 중국이 떠들썩하다.

중국 신화통신, 광저우일보 등 여러 언론에 따르면 안구 암을 앓고 있는 생후7개월 딸의 엄마 셰씨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한 남성의 말만 믿고 지난 22일 오후 광저우 시내 도심을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안은채 무릎을 꿇고 기다시피 1㎞나 걸었다.

'광저우의 부잣집 아들'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린 한 남성이 "광저우 시내 도심을 무릎을 꿇고 1km를 걸으면 아기의 눈에 퍼진 암을 치료하도록 2만위안(약34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기 때문.

당시 셰씨의 딸은 이미 왼쪽 눈이 멀어 오른쪽 눈에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고, 제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오른쪽 눈마저 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셰씨는 한 달에 2000위안(약 34만원)을 버는 처치여서 수술비를 대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셰씨는 이 남성의 제안을 받아 들여 딸을 안고 4시간 동안 1km의 거리를 기어간 것이다.

하지만 셰씨가 '임무'를 완수했는데도 현장에는 '광저우의 부잣집 아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셰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중국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이에 중국 누리꾼들이 모금을 시작해 무려 성금 28만여위안(약 4750만원)이 모여졌다.

이후 누리꾼들이 이 남성의 신원 찾기에 나섰고, '스진취안'이라는 이름의 이 남성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어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벤트성 행사를 셰씨에게 제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중국의 수많은 누리꾼들은 "순수한 기부의 의미를 훼손했다"며 스진취안과 셰씨를 성토했다.

이에 셰씨는 "암에 걸린 어린 아기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스진취안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면서 물의를 일으킨데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셰씨는 또 28만위안이 넘는 기부금을 반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한경닷컴 이현정 기자 angele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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