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이르면 4월 중에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대표 기업들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습니다. "

김준성 삼성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 전무 · 사진)는 28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년간 한국 기업들이 (일본 경쟁업체들에 비해) 성과가 높았던 건 엔화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무는 "대지진 이후 현재까지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일본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거나 재정적자가 악화될 경우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계 싱가포르 시민권자인 김 전무는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아시아 총괄이사로 일하다가 지난 14일부터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1년 GIC에 입사한 이후 10년간 아시아 주식 운용 업무를 담당했다.

김 전무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산으로 단연 주식을 꼽았다. 그는 "홍콩 중국 등 일부 국가의 부동산 시장은 이미 버블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뒤 "채권시장 역시 최근 20년간 굉장히 좋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향후 얼마나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는 주식밖에 없다는 게 김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1월 하순 이후 이머징마켓에서 글로벌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동안 이머징마켓 주가가 많이 오른 데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짙다"며 "큰 흐름에서 보면 이머징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는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의 이머징시장의 주가 조정은 글로벌 투자자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무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지난 10년간 싱가포르에서 일하면서 GIC뿐 아니라 전 세계 국부펀드들에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걸 체험했다"며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도 10년간 크게 증가했을 뿐 아니라 투자하는 자산군도 다양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MSCI 등 주요 벤치마크지수에서 한국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이머징마켓 그룹에 묶여 있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한도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당국의 헤지펀드 허용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자산운용 상품 다변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절대수익 추구 상품에 관심이 있고 헤지펀드도 그 중 하나"라며 "(회사 측에서는) 궁극적으로 헤지펀드 시장 참여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GIC에서 근무하면서 세계 유수의 헤지펀드 운용사와 일해봤지만 수수료가 아깝지 않은 운용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며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돈을 벌어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능력이 되는 운용사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삼성자산운용이 아시아 자본시장의 선두주자로 커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가능하다면 GIC와 삼성자산운용 간에도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