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및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전철구간 주변 토지시장의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경기도 양평 · 가평군 일대의 땅값은 그동안 개발 가능성과 주변 자연경관에 따라 매겨져왔다. 전철 개통 이후에는 땅값의 척도가 역에서 가까운 정도로 바뀌는 분위기다. 도심 부동산처럼 역세권 토지는 수요도 늘고 가격도 강세다.

◆투자 발길 이어지는 양평

양평의 매력은 서울 동쪽에서 가장 가까운 개발 가능 지역이라는 점이다. 개발이 엄격히 제한된 한강상수원보호구역을 지나면 바로 나오는 곳이 양평이다. 게다가 시 승격을 추진하는 양평군은 인구 유입에 적극적인 편이어서 토지 용도변경이나 건축 인허가 절차도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고 중개업소들은 귀띔한다.

땅값은 천차만별이다. 양서면 국수리 터공인의 맹호순 대표는 "양평군에서 건축 가능한 농림지를 사려면 3.3㎡당 40만~50만원을 예상해야 한다"면서도 "100만원에 나온 매물 바로 옆에 22만원짜리 땅도 있다는 게 이 지역 토지시장 속성"이라고 말했다.

중앙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신원 · 국수 · 아신역 주변 역세권 땅값도 크게 뛰었다. 관리지역이면서 도로에 접한 땅은 3.3㎡당 100만원을 훨쩍 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비싼 땅을 매입하면 개발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양평지역 토지라도 인근 강원도 땅값 수준에서 사들이는 게 투자 포인트라고 중개업소들은 조언했다.

양평지역에서 복선전철 개통으로 늘어나는 유동인구를 겨냥한 역세권 토지 투자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추천된다. 우선 역에서 가까운 관리지역에 주택 3~4채를 지어 한 채에는 본인이 거주하고 나머지는 임대하거나 매각하는 방법이다.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합쳐 채당 1억5000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에 맞춰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고 매각하는 데도 부담이 적다는 설명이다.

역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농림지에는 버섯재배를 하겠다는 투자수요도 생기고 있다. 990~1650㎡ 크기의 농림지를 찾는 투자자들이다. 버섯재배만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농림지에 건축한 후 일정 기간을 기다렸다가 관리지역으로 용도를 바꿔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국수역 근처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주나 농사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한다면서도 몇 년 후에는 시세차익을 얻고 빠지는 투자자가 상당수"라며 "양평은 그만큼 토지수요가 받쳐준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수익형 부동산 부각되는 가평

중앙선 복선전철 구간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땅이 양평지역이라면 경춘선 복선전철 구간에선 가평일대가 유망지역으로 꼽힌다.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경춘선 복선전철은 지난해 말 완전 개통돼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다. 개통 100일 만에 500만명을 돌파했을 정도다. 역을 중심으로 버스노선도 변경되고 있다.

유동인구 급증세 못지 않게 가평 일대 땅값도 크게 뛰었다. 역세권이면서 강 조망권도 좋은 이른바 A급지는 3.3㎡당 300만~4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직전까지 오를대로 올랐고 기획부동산이 활개치면서 피해자가 속출한 곳이기도 하다.

전원주택 개발회사인 대정하우징엔 박철민 대표는 "상대적으로 산악지형이 많은 가평 일대에서 단순히 시세차익을 겨냥한 방식의 토지 투자는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철도개통으로 펜션이나 민박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경춘선 복선전철 구간 가운데 대성리 · 청평 · 상천 · 가평역에서 멀지 않으면서 자연경관이 뛰어난 지역은 역세권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가평역에서 자라섬으로 나가는 곳인 이화리 금대리 등이 대표적이다. 청평역에서 연결되는 아침고요수목원 근처의 행현리나 상천역 부근의 호명산 주변도 펜션부지로 꼽히는 곳이다. 땅값은 다양하지만 개발 가능한 관리지역의 경우 3.3㎡당 60만~70만원을 예상해야 한다.

◆토지 투자 체크포인트

"부동산 투자로 결국 재미 보는 것은 토지밖에 없다"는 얘기들도 하지만 토지투자만큼 어려운 분야도 없다. 초보 투자자라면 어떤 땅을 선택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도심 부동산처럼 거래가 잦은 것도,투자 회수기간이 짧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토지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란 말도 나온다.

다만 노련한 토지 투자자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제대로 활용하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토지거래가 많은 지역에서 경험 많은 중개업소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꾸준히 시장 정보를 받아 투자 실패를 줄여 가는 방식이다.

현지 중개업소를 알아두면 매입한 토지에 건축행위를 하거나 실제 거주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지 건축 설계사나 지역 주민과도 안면 있는 중개업소 관계자가 해결사 역할도 하는 까닭이다. 현지 주민 가운데 외지인 거주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면 마찰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현장 방문은 필수다. 그것도 시간대별,계절별로 방문해 보면 느낌이 달라 투자 결정에 도움이 된다. 기획부동산 피해자 중 상당수는 현장을 가보지도 않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중앙선 및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직후에 관광 삼아 땅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몰렸다가 구제역 발생에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올 들어서는 발길이 뜸하다"며 "날씨가 풀리면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호영 한경닷컴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