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들이 공사를 포기한 아파트 현장은 '사고 사업장'으로 분류된다. 채권단이나 보증기관은 새 주인을 찾지만,인수절차가 복잡하고 수익성도 높지 않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최근엔 사정이 달라졌다. 사고 사업장을 점검하거나 매각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건설사 개발담당 임원은 "공공공사 발주량 급감 등으로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이 사고 사업장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주경쟁률 8 대 1…작년의 2배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주택보증이 최근 '부산 명지동 퀸덤2차 단지'와 '부산 범천동 우방유쉘'의 대체 시공사 입찰을 실시한 결과 각각 8개사가 참여했다.

김옥주 대한주택보증 보증이행팀장은 "올 들어 사고 사업장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더니 응찰 업체도 지난해 2~3개사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부산 퀸덤2차는 영조주택이 작년 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자 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이 시공사 교체에 나섰다. 분양률 80%대에 공정률은 70%대였다. 입찰 결과 잔여공사비 2272억7500만원의 82%를 써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권을 가져갔다. 씨엔우방의 '부산 범천동 우방유쉘' 입찰에선 8개사가 경쟁을 벌인 끝에 풍림산업이 차지했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상태인 LIG건설 진흥기업 남광토건 대우자동차판매 등의 건설 현장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LIG건설의 '중랑숲 리가' '용인구성 리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해 준 채권단이,'서울역 리가''이수역 리가'는 분양 보증을 맡은 대한주택보증이 시공사 교체 여부를 고민 중이다. LIG건설 측은 분양률이 높고 공정률이 40% 안팎이어서 공사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지만 관심을 갖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남광토건이 신동아건설 청구 등 3개사와 공동 추진한 사업규모 7000억원대의 초대형 주거단지 김포 신곡지구도 관심이다. 3개 건설사가 토지를 매입하면서 재정난에 빠지자 PF 대출을 맡았던 농협이 시공사 교체를 검토 중이어서다.

◆환급 사업장도 관심

대한주택보증이 부도나 법정관리 상태인 건설사들로부터 사업장 전체를 회수해서 재매각하는 이른바 '환급 사업장'들도 인기다. 환급 사업장은 분양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을 돌려주고 사업을 초기 상태로 만들어 되파는 건설 현장이다. 분양률이 저조해 계약자가 많지 않은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입찰에 부친 부산 괴정동 · 부암동 신성미소지움(재건축),안양 비산동 성원상떼빌 등에는 2~5개 건설사들이 몰려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였다. 부산 · 울산 등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지역에 건설사들의 발길이 몰리면서 올 1분기 매각대상 19곳 중 6곳이 팔렸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환급 사업장 36곳 가운데 절반인 18개가 팔렸다. 분기별 매각률은 12.5%였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