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7일부터 5월4일까지 KB금융지주,국민은행,KB국민카드 등에 대한 현장 종합검사에 들어간다. 권혁세 금감원장이 최근 취임하면서 "향후 검사를 강화하겠다. 무리한 외형 경쟁 조짐이 나타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터라 금융계가 이번 검사의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3월28일~4월1일) 실시한 사전검사에서 국민은행 주요 부서의 PC 여러 대를 또다시 압수해 들여다 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검사 기간 축소를 검토했던 금감원은 현장 검사 기간을 줄이지 않아 고강도 검사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금감원 PC 또 가져가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 일반은행서비스국 검사반은 사전검사 기간에 국민은행 기획조정부,대기업 · 기관영업추진부,수신상품부,여신상품부 등의 부서를 집중적으로 검사했다. 검사반은 이 과정에서 일부 부서장의 PC를 가져가 안에 든 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해 하반기 국민은행 검사 때도 PC를 압수하더니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전검사를 진행했다"며 "금감원이 검찰도 아닌데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인용 PC를 통째로 압수한 것이 아니라 PC에 보관된 업무용 자료를 절차에 따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직원들로부터 'PC 보관자료 제출 및 복사 동의서'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사전검사 내용을 토대로 국민은행,KB금융지주,KB국민카드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동시에 착수하기로 했다.

◆"감사 · 사외이사까지 경쟁에 내몰아"

금감원은 이번 검사가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KB발(發) 외형 경쟁'에 제동을 걸기 위한 고강도 검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들어 임원들에게 공격적인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는 수백억원씩의 여수신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KB금융지주는 물론 국민은행의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도 '몸집 불리기'에 과도하게 동원되고 있다는 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특히 국민은행의 기업 대출 규모가 올 들어 2개월 만에 1조원 증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방침에 따라 최근 들어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의 개별 대출 및 수신 실적을 내부적으로 공개해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내부 감시가 주된 업무인 감사와 사외이사들까지 실적 공개 대상에 포함시켜 경쟁에 내몰았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경쟁 은행들은 금감원의 이런 움직임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나은행은 2분기 중에,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분기와 4분기에 종합검사를 받는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