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 1분기에도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기 요금이 원가 이하인 상황에서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기료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고 기름값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이상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8일 한국전력이 지난 1분기에 단독 기준으로 95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작년 1분기 손실액 1조797억원보다는 적자폭이 감소한 것이나 워낙 적자 규모가 커서 큰 의미는 없다는 평가다.

이 증권사 윤희도 연구원은 "지난 겨울 강추위로 인해 전력 소비가 크게 늘었다"며 "이 때문에 발전연료단가가 비싼 LNG 발전기까지 대거 투입돼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의 지난 1,2월 LNG 발전량은 전년동기 대비 28.8% 늘어 전체 발전량 증가율 8.1%를 크게 웃돌았다.

대규모 적자가 쌓이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가격 인상은 올 하반기에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윤 연구원은 "요금 인상은 일러야 3분기로 보인다"면서 "인상 폭은 5% 내외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는 "작년 실적을 기준으로 필요했던 가격인상률이 11%인데, 올 한해 11%의 가격 인상은 불가능하다"며 "여기에 유가 등 발전연료단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올해도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므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긴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전력의 올해 말 부채비율은 98%로 추정돼 재무구조가 아직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이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기도 해서 당분간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긴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