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촉진으로 기름값이 떨어지도록 유도해야지 정부가 개별 기업을 직접 압박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나고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

지난달 한국경영학회장에 취임한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사진)는 8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정유업체에 대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대해 이같이 비판한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경쟁을 유도하면 되는 문제를 산업정책 담당 부처가 가격 인하를 직 · 간접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은 매우 걱정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곽 회장은 "정부가 직접 나선다는 의미는 그동안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특정 회사가 가격을 내리자 경쟁회사들이 덩달아 인하한 것도 이를 암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유소끼리는 무료 세차,휴지 제공 등 서비스와 가격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만 과점상태인 정유업체 간에는 충분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정부가 기름값에 개입한 것은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정부가 시장에 들어와 가격을 내리라고 요구하면 시장가격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가격정책은 공정거래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산업정책 차원에서 개입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반성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곽 회장은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과도하게 후려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그렇다고 납품단가를 무조건 올려주는 것도 시장논리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의) 구매담당자가 자재와 부품을 경쟁가격으로 사지 않고 협력가격으로 산다는 게 말이 되지 않고,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납품단가 문제는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야 하는 아주 어려운 과제라고 덧붙였다.

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몇몇 대기업은 납품업체들이 감동할 정도로 협력이 잘 되고 있고,원가절감분을 협력업체에 되돌려주는 포스코의 성과공유제는 동반성장의 아주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동반성장위가 조만간 선정해 발표할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대기업이 힘의 우위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부작용을 막아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라면서도 "56개 대기업의 사업영역을 제한하는 것인 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어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