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투자 시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수록 커질 것이고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미술품은 잘만 고르면 향후 몇 년간 연 20%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김경식 볼튼사이언스 대표(40 · 사진)는 국내 미술품 투자 방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미술품 투자에 대해 이제는 일반인들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한 대목에서다.

김 대표는 쉽게 말해 '부자들에게 자문해주는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자문을 해주는 전문가'로 통한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샐러리맨이던 그는 2000년 초 대학원 부동산 경매 과정을 수강한 뒤부터 전업 투자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4년엔 투자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금의 볼튼사이언스를 창업했다. 이후 금융자산과 미술품으로까지 투자 대상을 넓혀 왔다. 작년부터는 SC제일은행과 계약을 맺고 이 은행의 340개 지점과 6개 PB센터,6개 PBR센터에서 PB 등을 대상으로 미술품 투자와 부동산 경매,펀드 등 금융자산 운용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1억원 이상의 중국 화가 작품이 유망"

김 대표는 "한때 일부 거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미술품 거래의 저변이 최근 확대 추세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부자들의 투자 대상 1순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품은 누구에게라도 양도하기 쉽고 세금이 없는 특징이 있는 데다,부자들의 고급 문화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미술품 투자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 최근 들어 다소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미술품은 아직도 환금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김 대표는 "1억원 이상의 고가 미술품은 현금으로 생각해도 좋을 만큼 예외로 보면 된다"며 "미술품 투자를 하려면 1억원 이상의 작품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억원 이상의 작품은 아주 급할 때도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해외 경매시장을 통해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국내보다는 해외 작가가 그린 작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1,2위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이나 케이옥션에서도 외국 작가 작품은 상당수 거래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해외 작가 작품에 투자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술품의 가치는 해당 국가의 국력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작가나 중국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기 1회꼴로 홍콩에서 열리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시도해 볼만하다고 했다. "홍콩 경매에 참가할 땐 소더비나 크리스티의 최근 몇 년간'도록'(경매 대상 작품 리스트)을 꼭 훑어 봐야 합니다. 그들이 자주 언급하거나 몇 년간 경매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공략하면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부동산은 준주택 투자해 볼 만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하면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투자 고수들은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사고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질 때 판다"며 "부동산은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라고 분석했다.

유망 투자 대상으로는 작년 정부가 건축법 개정을 통해 도입한 오피스텔,노인복지주택,고시원 등 이른바 '준주택'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룸텔이라고 불리는 고시원은 싱글족이 사는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경매를 통해 건물을 낙찰받고 젊은 세대 취향에 맞는 설비를 갖춰 원룸텔로 개조할 경우 잘하면 연 20%의 임대수익률도 가능하다"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경매 등에 대한 부동산 지식과 투자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대형 아파트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아파트를 살 경우엔 서울 안에 있는 20평대 아파트를 매입해야만 주거 편리성도 확보하고 투자수익률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30평대 아파트는 거주 환경은 좋겠지만 투자수익률은 20평대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상품 투자에 대해서는 적립식 펀드에 월 30만~50만원씩 10~20년 투자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펀드는 대기업 계열사나 금융회사 자회사보다는 독립계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운용 철학과 시스템의 일관성이 상대적으로 더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