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업체들이 기존 제품의 품질을 높이거나 새로운 첨가물을 넣은 '리뉴얼(renewal)' 제품을 최근 연이어 내놓았다. 신라면에 우골 성분을 넣은 '신라면 블랙','월드콘 오리지날'에 초코 비스킷을 더한 '월드콘 와퍼'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 기호에 맞춰 제품을 다양화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식료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자 우회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리뉴얼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비싼 값에 팔리지만 당장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소비자물가는 가계의 소비지출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신제품은 시장점유율이 낮은 출시 초기에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제품 소비가 늘어나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수준이 되면 신제품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신라면 블랙이 신라면보다 많이 팔리면 물가 조사 대상에서 신라면이 빠지고 신라면 블랙이 들어가는 것이다.

조사 상품 변경에 따른 가격 상승률은 적용하는 기법에 따라 달라진다. 조사 대상을 신제품으로 바꿀 때 가격 변화를 처리하는 방법에는 직접대체법,지수접속법,중량환산법 등이 있다.

직접대체법은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가격 차를 그대로 반영한다. 대형 마트 기준으로 개당 584원인 신라면을 개당 1320원인 신라면 블랙으로 대체할 경우 직접대체법을 이용하면 가격 상승률은 126%가 된다. 기존 제품과 신제품이 품질 면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고 판단될 때 이 방법을 이용한다.

지수접속법은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가격 차가 모두 품질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가격 인상은 없는 것으로 처리하는 기법이다. 지수접속법을 이용하면 신라면이 신라면 블랙으로 대체되면서 판매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물가 통계상 가격 상승률은 0%가 된다.

중량환산법은 제품의 양적인 변화가 생겼을 때 이용한다. 한 봉지에 1000원인 과자가 가격 변화는 없이 중량만 10% 줄었다면 가격이 10% 올랐다고 간주하는 기법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