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으로 원유 생산량이 줄면서 우유업체 사이에 목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와 연세우유는 지난 16일 경기 화성의 한 젖소농가 입구에서 물리적 충돌 직전의 갈등을 빚었다. 연세우유 직원들이 목장 입구를 한때 트랙터로 봉쇄하고 서울우유 집유차의 출입을 막은 것.14년 동안 연세우유에 원유를 공급해온 이 목장이 이날 새벽 생산분부터 서울우유로 거래처를 바꿨기 때문이다. 연세우유 관계자는 "오랜 기간 정성껏 관리해 온 목장이 한순간에 넘어가니 허탈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중소 우유업체들은 구제역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서울우유가 손쉽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목장 빼앗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는 "서울우유가 연세우유와 건국유업의 집유선을 침해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막아줄 것을 호소하는 공문을 지난주 농림수산식품부에 보냈다. 건국유업&햄 관계자는 "소속 목장 50여곳 가운데 일부가 최근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 납품처를 옮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목장의 원유 공급가격은 낙농진흥회에서 일률적으로 책정하고 있지만,우유 시장점유율 35% 선인 서울우유는 최근 조합원 가입 문턱을 낮추는 등의 혜택을 앞세워 목장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젖소 3만7000마리 중 서울우유 소속 목장 젖소가 2만3000마리에 달했다. 그 결과 서울우유의 하루 평균 우유 생산량은 필요량보다 350t 부족한 1550t까지 떨어졌다.

서울우유발(發) 목장 쟁탈전이 가시화되면서 업체들은 소속 목장의 이탈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구제역 피해 농가에 총 2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한 데 이어 회사 소속 수의사들을 목장으로 파견해 농가의 목장 관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건국유업&햄 직원들도 소속 목장을 돌면서 목장주들의 경영 애로사항을 듣는 등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서울우유 측은 "자연스럽게 농가가 서울우유로 들어오는 것이지 빼앗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원래 매년 목장 20~30곳이 거래처를 바꾼다"며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