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소속' 변경] 덩치 큰 회사는 '우량기업부'…성장성 높으면 '벤처기업부'
코스닥의 소속부 변경은 시장출범 15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상장기업을 사업성격이 아닌 성적(재무제표)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코스닥에 상장됐다는 이유만으로 우량기업과 일부 부실기업을 동일시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상장기업의 옥석을 구분,등 돌린 외국인 · 기관투자가를 끌어들이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우량기업을 선정할 때 자기자본 등 외형조건을 최우선 잣대로 삼다 보니 코스닥 대표 성장기업들이 대거 배제되는 대신 최근 수익성이 형편없는 기업들이 포함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스닥 구조조정 신호탄 올랐다

[코스닥 기업 '소속' 변경] 덩치 큰 회사는 '우량기업부'…성장성 높으면 '벤처기업부'
1996년 출범한 코스닥시장은 상장기업수 343개에서 1027개로,시가총액은 8조6000억원 규모에서 104조1365억원(22일 기준)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대내외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패닉'상태에 빠져들 뿐만 아니라 상장기업들의 온갖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판치면서 '3류시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거래대금 규모도 유가증권시장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조원대(1조9592억원)로 내려앉았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소속부 변경은 겉으로는 코스닥시장의 정체성을 살리자는 취지지만 그 이면에는 우량기업과 불량기업을 신속하게 추려내겠다는 구조조정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성장성 뛰어난 기업은 벤처기업부

코스닥 상장기업들은 다음달 2일부터 우량기업부,벤처기업부,중견기업부,신성장기업부,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분류된다. 우량기업부와 벤처기업부에 소속된 기업은 외국인 · 기관투자가를 향한 사실상 '매수추천'리스트 성격을 띤다는 게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의 설명이다.

우량기업부에는 외형과 재무제표를 참고해 197개가 잠정 선정됐다. 셀트리온서울반도체OCI머티리얼즈,다음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주로 포진했다. 규모가 크거나 대기업 우산 속에 있어도 재무 건전성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탈락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7위(22일 기준)인 SK브로드밴드는 저조한 실적으로 지난해 코스닥 프리미어지수(대표주 100개)에서 빠진 데 이어 이번 우량기업부에서도 제외됐다. 시가총액 17위인 덕산하이메탈을 비롯해 시가총액 100위 기업 중 33개가 탈락했다. 벤처기업부에는 우량기업보다 규모가 작지만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이 집중적으로 포함됐다. '최근 3년 중 2년간 흑자를 냈고 2년 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20%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코스닥시장의 취지에 걸맞은 236개 기업이 잠정적으로 벤처기업부로 분류됐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요주의 리스트'

새로 도입된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일종의 '요주의 대상'이다. 거래소는 최근 5년간 기업부실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사용해 부실확률모형을 가동,투자주의 환기종목 108개를 잠정 추려냈다. 부실위험 징후가 보이는 기업을 투자자가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종목수는 최종심사에서 바뀔수 있다고 코스닥시장본부 측은 밝혔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분류된 기업은 촘촘한 감시를 받게 된다.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경영권 양도계약을 체결하면 즉각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6개월 이내에 증자에 참여한 사람에게 자금을 상환해도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물량은 6개월간 보호예수로 묶여 매각할 수 없게 된다.

손성태/김유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