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창고형 할인점'으로 코스트코와 수도권 남부에 이어 이달 말부터 대전에서 맞붙는다. 이마트는 지난달 29일 인천 송림동에 트레이더스 2호점을 낸 데 이어 이달 말 대전 월평동에 3호점을 열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트레이더스는 이마트가 자영업자들을 주 타깃으로 대용량 상품을 판매하는 '비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으로,지난해 11월 경기 용인시 보정동에 1호점인 구성점을 냈다. 2호점인 송림점과 3호점인 월평점은 구성점과 마찬가지로 이마트가 2006년 월마트에서 인수해 운영하던 점포를 전면 리뉴얼해 선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1996년과 1997년 각각 개점한 송림점과 월평점은 이마트 1호점인 창동점과 같이 '창고형 매장'으로 출발해 트레이더스로 개조하기에 적합한 점포 구조를 갖췄다"며 "기존 점포와 중복돼 영업이 부진한 점을 고려해 트레이더스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성점은 트레이더스 전환 이후 매출이 2.5~3배 늘어나고 자영업자 고객이 크게 증가했다"며 "인천,대전에 이어 울산,대구 등 광역시 위주로 트레이더스를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곳은 대전 월평점이다. 트레이더스와 유사한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대전점이 가까이 있어 두 점포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두 점포는 5㎞가량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15분 거리다. 지난해 말 경기 용인과 성남,수원 등의 자영업자들을 겨냥해 '신라면 전쟁'으로 불릴 만큼 치열한 가격 인하전을 벌인 트레이더스 구성점과 코스트코 서울 양재점 간 거리보다 훨씬 가깝다.

인천 송림점은 기존 코스트코 점포와 상권이 중복되지 않는다.

월평점은 지난달 11일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전면 리뉴얼 공사에 들어갔다. 지하 1층은 신선식품,지상 1층은 일상 · 생활용품과 잡화 매장으로 재구성하고 2층에는 디지털 가전매장인 '매트릭스'와 애완용품 전문점인 '몰리스펫샵' 등이 들어선다. 품목 수는 4000~4300개 정도로 기존의 30~40% 수준으로 축소하는 한편 자영업자 대상의 상품군은 강화한다. 구성점,송림점과 같이 이마트가 주 단위로 조사하는 가격동향을 바탕으로 '전국 최저가'에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역 상권을 대상으로 하는 창고형 할인점의 특성상 코스트코 대전점은 대전은 물론 공주와 옥천 등의 상인들도 많이 찾는다"며 "'전국 최저가'를 내세우는 트레이더스 월평점이 출범하면 두 점포 간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전 시내에 있는 일반 대형마트도 긴장하고 있다. 월평점과 1㎞ 떨어진 홈플러스 유성점 관계자는 "업태와 주 타깃 고객층이 달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두 점포 간 '신라면 전쟁'과 유사한 가격 경쟁이 일어나면 인근 점포 특성상 가격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가 지난해 10월 말 '트레이더스 구성점'을 열자 같은 업태인 코스트코 서울 양재점이 즉각 구성점보다 비싼 품목들의 가격을 내리면서,두 점포가 치열한 '최저가 경쟁'을 벌였다. 대상은 인기 품목인 농심 신라면,프랑스 생수 에비앙,오뚜기 진라면 등이었다. 두 점포가 경쟁적으로 판매가격을 내리면서 1만6490원이었던 신라면 한 상자(30개짜리) 가격은 보름 만에 8000원 선으로 절반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창고형 할인점의 특성상 자영업자 고객을 확보하거나 빼앗기지 않으려는 출혈다툼이었다. 신라면은 경쟁업체를 누를 목적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상품 한두 가지를 원가보다 싸게 파는 '로스리더(loss leader · 미끼상품)'였던 것이다. 당시 가격인하 경쟁은 20일 만에 코스트코가 가격을 환원하면서 사실상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승리로 끝났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