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경제성장은 계속되고 있지만 고용은 예전처럼 늘어나지 않고,청년실업 역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베이비붐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중장년층의 은퇴는 이제 노동시장의 문제를 넘어서서 국민연금의 고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국정의 주요 지표로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대통령 주재의 고용전략회의를 한 지도 오래다. 하지만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 진단이 매우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논리는 이러하다. 경제성장이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양극화가 심화되고,이것이 노동시장에 그대로 전가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논리는, 성장은 대기업 위주로 되고 있는데 고용은 중소기업에서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중소기업 지원의 정당성까지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고용을 더 많이 창출한다는 이론적 근거는 없다. 실제 노동시장에서도 미국의 경우 지난 수십년간 일자리 대부분은 대기업에서 창출됐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고용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이뤄진다는 믿음이 자리잡고,30%에 육박하는 자영업자가 항시 존재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기업이 제대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기업의 노동조합 이기주의로 말미암아 고용조정이 유연하지 못하고,임금 조정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처럼 노동조합이 대를 이은 세습 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대기업에서의 일자리란 없다. 노동시장의 유연화,특히 대기업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한다. 눈높이란 일을 하기 위해서 받고자 하는 최소한의 금액이고,이는 개인의 일에 대한 호불호 정도와 비근로 소득에 달려 있다. 정부가 관여할 정책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서 노동시장의 정보망을 구축하고,민간 직업중개기관의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제도적으로도 고용이 늘어날 여건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소위 비정규직 보호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시키기는커녕 고용 총량만 줄어들게 만들었다.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의 과보호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대우하라고 하면,직접고용 대신에 파견근로나 사내하청과 같은 간접 고용으로 옮겨갈 것이다. 간접고용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면 기업들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청년실업의 문제뿐만 아니라 중고령자의 일자리 역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관련이 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는 청년층 실업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점을 들어 중고령층의 고용 연장을 꺼리고 있다. 일자리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의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 때문에 생긴 인식일 것이다. 그러나 임금체계의 경직성만 줄여도 청년과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모두 늘어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대기업 노조의 고용조정이 쉽지 않다면 성과급 제도의 도입이나 임금피크 제도의 활성화를 통해,대기업의 고용을 늘리는 것이 올바른 일자리 창출의 길일 것이다.

최강식 < 연세대 교수·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