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컴퓨터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51 · 사진)는 지난 1일 도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고객 77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당한 것을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사과 하루 만인 2일 소니는 또 온라인 게임 고객 2460만명의 정보가 해킹당했다고 발표해야 했다. 소니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소니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히라이 대표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소니의 자회사인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SOE)는 지난달 16~17일 중 해커의 불법 침입을 받아 약 2460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날 밝혔다. 유출된 고객 정보에는 1만2700명의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번호가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SOE는 PC용 온라인 게임을 제공하는 소니의 미국 법인 자회사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 중에는 18만5000명의 일본 고객 정보와 4300건의 일본인 신용카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카드 정보는 2007년 저장해놓은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니 측은 설명했다. 소니 관계자는 "해킹당한 데이터가 2007년 것이라 대부분 카드 기한이 만료된 것"이라며 "유효기간 내 카드 정보는 900건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니는 1일 오후 SOE의 시스템 오류를 발견해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SOE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와 페이스북용 게임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가 지난달 77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조사하느라 미국 자회사에서 발생한 해킹 공격을 막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잇따른 해커 공격에 무방비로 고객 정보를 빼앗긴 소니는 고객 신뢰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또 소니의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70)이 3월10일 후계자로 내정한 히라이 컴퓨터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의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

해커에게 공격당한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서비스는 히라이 대표가 주도해 개발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히라이 대표는 이 모델의 성공 덕분에 후계자 자리를 꿰찼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가 해킹당한 것은 히라이 대표의 최고 업적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히라이 대표는 앞으로 2년 뒤인 2013년 소니그룹 회장 겸 CEO 자리를 넘겨받을 예정이었다. 그 사이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느냐 여부가 소니뿐 아니라 그의 운명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