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3차원 트랜지스터 개발 소식에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와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텔이 이번 신기술을 이용하면 집적도가 높은 시스템LSI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메모리반도체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우리와 다른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인텔의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랜지스터를 3차원 구조로 설계하는 시도는 2000년 초반부터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추진해왔다. 삼성전자도 방식은 다르지만,2002년 말 세계 3대 반도체 학회 중 하나인 IEDM에 'RCAT'(recess channel array transistor)와 'SEG'(selective epitaxial growth)라는 기술을 발표했다.

RCAT는 D램 반도체의 기본단위인 셀의 트랜지스터를 3차원 방식으로 제작,면적을 최소화하고 집적도는 높이는 신기술이다. 트랜지스터를 이루는 소스(source)와 드레인(drain) 사이를 잇는 채널 영역을 넓게 해 전류가 새는 것을 막는 기능이다. 인텔이 소스와 트레인을 외부로 노출시킨 것과는 약간 다른 방식이지만 전력 누수를 막는다는 점은 비슷하다. 'SEG'는 전류가 이동하는 통로를 최대한 넓혀 저항을 줄이고,이를 통해 적은 전력으로 트랜지스터를 작동시키는 기술이다.

인텔이 게이트(gate)로 전류를 보내는 통로를 3개로 늘린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리는 다르겠지만 우리도 2002년부터 50나노급 D램 공정에 3차원 방식의 신기술을 적용해오고 있다"며 "인텔의 기술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적용되더라도 우리가 충분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 법칙'을 통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집적기술을 주도했던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도 "인텔의 기술과 삼성전자의 기술을 곧바로 비교하기는 힘들다"고 전제한 뒤 "3차원 기술은 2002년 내가 메모리신성장 이론을 발표할 때 언급했던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