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주가가 인텔과 애플의 반도체 제조 제휴 발표 가능성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인텔의 중대 발표는 시장 우려와 달리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에 대한 것이어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텔은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3차원 트랜지스터 설계 기술인 트라이게이트(Tri-Gate)를 개발하고 이를 22나노 아이비브릿지 제조 공정에서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4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6일 "인텔은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을 단순 실험단계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라 대량의 마이크로 프로세서 생산 라인에 이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발전시켜 결국, 무어의 법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인텔은 트라이게이트 기술을 이용하면 성능은 37% 향상되는 반면 기존 칩 제조 때에 비해 전력소비량을 50% 이상 줄일 수 있고 반도체 회로 간격을 더 좁힐 수 있어 집적도가 높은 대용량 칩을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제조비용은 단지 2~3% 증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며 "이 기술이 특히 그래픽회로의 성능을 높여 엔비디아나 AMD같은 그래픽회로의 성능도 따라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인텔의 발표 전 민감하게 반응하며 비교적 큰 폭 하락했던 ARM(이틀간 10% 하락), 엔비디아(이틀간 7% 하락) 등의 주가는 인텔 발표 후에는 오히려 다소 진정(ARM +1.6%, 엔비디아 +0.1%)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의 갈등과 맞물려서 애플이 자사의 차세대 프로세서로 추정되는 A6칩의 파운드리를 삼성전자에서 인텔로 바꾸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제기되고 있었으나 일단 이번에는 이 같은 언급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며 "특히 인텔이 이 새로운 공정을 이용한 모바일기기용 프로세서를 만들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는 점은 시장이 우려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이 팀장은 세트 업체 입장에서 핵심 반도체 공급선을 다양화 하는 것은 너무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고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텔의 이번 기술은 매우 흥미롭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에서도 3차원 트랜지스트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며 ARM 진영도 계속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금까지 인텔이 저전력 경쟁에서 ARM 진영에 밀렸다는 점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과연 인텔의 3D 칩이 ARM 디자인을 라이선스해 만든 저전력반도체를 넘어설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 좀더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인텔 발표 직전에 제기됐던 막연한 불안감과 일부 사실과 다른 시장 루머 등으로 국내 반도체 주가도 큰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시장 루머의 상당 부분이 근거가 없는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는 점과 5월 메모리 고정거래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