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스캘퍼(초단타매매자 · 일명 슈퍼메뚜기)들이 법정 싸움에 대비해 학술 논문과 씨름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ELW 투자와 관련해 전산적 혜택을 주고받은 스캘퍼와 증권사 직원을 사법사상 처음으로 기소했다. 다른 20~30명의 스캘퍼들에 대해서도 차례로 소환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캘퍼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무죄임을 뒷받침할 만한 학술논문들을 찾아 방어논리를 쌓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 대상에 오른 스캘퍼들에게 가장 널리 읽히는 논문은 금융감독원 복합금융서비스국 직원들이 지난 2월 한국증권학회지에 게재한 'ELW 시장의 가격행태 분석'이다. 스캘퍼 측의 한 변호사는 "'금감원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하다'고 적시돼 있지만 금감원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만큼 재판에서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에서는 "일반 개인투자자는 스캘퍼 등과 같은 독자적 매매기법 없이 주로 고위험거래에 임하고 투자경험도 크게 부족하다"며 개인투자자의 손실 책임을 일정 부분 투자 당사자에게 돌리고 있다. 또 "LP(유동성 공급자 · 증권사가 담당)와 스캘퍼 간에 일종의 공생관계가 존재하고 스캘퍼는 보다 빠른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면서도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ELW 시장의 독점적 구조가 감독당국에 중대한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은행에서 작성한 '알고리즘 매매 및 DMA에 관한 연구'도 필독 논문으로 꼽힌다. 이 논문에서는 스캘퍼들이 일반 투자자보다 빠르게 거래를 체결할 수 있는 고성능 프로그램 사용(알고리즘 매매)에 대해 "같이 주문해도 전화 주문보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주문 체결이 빠르지만 금융 당국이 이를 불공정하다고 본 사례는 없다"는 이유로 합법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아시아 증권시장의 알고리즘매매 현황과 대응전략' 논문에서 "다양한 유형의 알고리즘 매매기법이 발달할 수 있도록 규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들의 방어논리에 사용된다.

검찰은 그러나 스캘퍼들의 고성능 프로그램 사용 과정에서 증권사가 내부 전산망을 열어준 행위를 문제 삼고 있는 등 향후 법리 다툼이 치열할 전망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